엄마 혼자서 애들 데리고 무섭지 않아?
아이들과 엄마만 함께 하는 여행이라 떠날 때마다 많은 이들이 걱정해주셨다.
워커홀릭이라 명절을 제외하고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늦은 밤까지 일을 하는 남편은 물론
양가 부모님들도 말은 안 했지만 걱정스러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을 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나 자주 마음을 먹으면 훌쩍 훌쩍 여행을 떠났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육아가 너무 힘들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
벽에 부딪힌 듯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그럴 때마다 나는 구급약을 먹듯 여행을 떠나며
위로를 받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
나 혼자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지 않으면,
내 마음이 힘들 때 나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줄 사람은 없다는 걸
결혼을 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남에게 기대하고 원망하기보다는
그 기회를 내가 만드는 게
조금은 후회 없이 사는 길이기에..
나는 아이가 여섯 살, 네 살이 되어
이제는 혼자서도 두 명을 안전하게 함께 데리고 다닐 수 있을 때부터
큰 아이 손을 잡고 작은 아이 휴대용 유모차를 밀며 이곳, 저곳을 여행했다.
서울, 인천, 과천, 포천, 용인, 아산, 홍천, 여수, 부산, 제주, 오사카, 후쿠오카,
가고시마, 가오슝, 홍콩, 하노이, 다낭, 호이안, 방콕, 푸켓, 세부…
열심히 다닌 여행덕분에 홀쭉해진 지갑 사정은 실로 아쉬웠지만(세상엔 공짜로 얻는 게 없으니),
그만큼 두툼해진 아이들과의 추억과 생각지 못한 다양한 사건들을 함께 경험한 우리들은
비밀을 함께 나눈듯한 작은 연대감도 가진 듯하다.
아이들이 자라나면 아마도 부모와 함께 하는 여행보다는
친구와의 시간, 자기만의 시간을 점점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엄마와의 여행을 신나게 받아들여 줄 시간은 아마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러기에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행을 권하곤 한다.
꼭 해외로, 멀리 큰돈을 들여가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아직 아이들이 엄마 껌 딱지일 때 집이라는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을 잠시 벗어나
그저 함께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구경도 하고, 놀기도 하는 그 시간들이
아이뿐 아니라 엄마인 나 자신에게도 평생 빛나는 추억으로 남을 거라고.
그러니 그냥 한 번 떠나보라고.
올해 1월, 두 아이와 20일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조호바루를 여행했다.
매일의 소소한 여행기록이 아이와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