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위엄을 잃지 않은 인간에 대한 성실하고도 위대한 문학.”
_이동진(영화평론가)
“나의 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스토너는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었다.”
_김연수(소설가)
“나조차 내 마음을 알 수 없을 때 누군가의 깊은 내면을 따라가 보는 일은 특별한 위로를 준다. 《스토너》는 내게 그런 소설이다.”
_최은영(소설가)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농부의 아들 윌리엄 스토너는 새로운 농사법을 배워오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농과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에 들어갈 때 으레 품게 되는 환상도 낭만도 없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2학년이 되어 필수과목인 영문학 개론 수업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편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만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중년 교수의 질문에 스토너는 강의실에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이 소설은 그 질문에대한 자신의 답변을 찾아가는 스토너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스토너의 삶을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으로 나누어 말하라면 실패에 가까울 것이다. 대학에서 정교수가 되지도 못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일에도 실패한다. 그러나 스토너의 삶은 단순히 ‘성공’ 이나 ‘실패’로 요약되지 않는다. 스토너는 자신의 삶에 주어진 1인분의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듯 고독을 씹어 삼키며 의연하게 대처한다. 이 소설은 고만고만하게 실패하고 평범하게 절망하는 우리의 인생을 과장하지 않고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실제 삶의 모습과 가장 유사한 질감을 재현해 낸다. 하나의 극(劇)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 삶과 거의 일치하는 체온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책을 덮고 나서야 뒤늦게 적셔오는 감동이 있다.
‘문학은 인생이다’는 경구는 너무 흔하고 빤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만큼 문학의 존재가치를 웅변하는 말은 없다. 집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는 대신 문학에 빠져 영문학도의 길을 택하는 스토너. 이소설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시작하지만,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으로 끝을 맺는구성을 취하고 있다. 마치 문학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인생에 대한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에둘러 들려주는 것 같다. 이 소설을 이언 매큐언, 줄리언 반스, 닉 혼비 등 유명 문인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인생 소설’로 치켜세운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_본문에서
오래된 서고에서 이 빛나는 소설을 꺼내준 사람들
그들이 남기고 싶었을, 이 책의 처음 모습을 담아
‘작품만 좋다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말하면 순진하다며 난색을 표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스토너》는 그런 이들에게 무슨 소리냐고 외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반례다.
1965년,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을 다뤄준 매체는 한 곳밖에 없었다. 작가 존 윌리엄스 또한 이 책의 상업적인 가능성에 대해서는 차마 기대할 수 없었다. 결국 초판 2천 부가 팔리지 못하고 이듬해 절판되었다. 그러나 눈 밝은 독자들이나 대학원생, 교수 사이에서 이 책이 돌아다녔다. 수십 년뒤, 뉴욕 북스 리뷰의 편집자 에드윈 프랭크는 책방 〈크로포드 도일〉 주인에게 좋은 작품이지만빛을 보지 못한 책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는 재빨리 책을 구해 읽은 뒤 판권을 사들였다. 이후 ‘당신이 들어본 적 없는 최고의 소설’이라는 입소문이 번지고, 《스토너》는 출간된 지 거의 50년 만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오랫동안 묻혀 있던 이 작품이 2010년대 이후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많은 이들의 역할이있었다. 이 책을 읽고 주변에 권한 소수의 눈 밝은 독자들, 편집자에게 추천한 책방 주인, 서평을쓴 평론가, 꼭 번역하고 싶다고 출판사에 피력한 프랑스의 소설가 안나 가발다 등 이들의 작은 노력과 애정이 좋은 작품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는 믿음을 현실로 만들어준 것이다. 초판본을 복원한이번 에디션에서는 그들이 세상에 남기고 싶었을, 이 책의 처음 모습을 선보인다. 오래전 운명을 알수 없는 채로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위대한 소설과 갓 대면하는 경험은 이 소설을 사랑하거나 아직 몰랐던 독자들 모두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