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곳도, 머무를 곳도 없던 황폐한 런던은
어떻게 세계적인 도시로 부활했는가
끝없이 진화 중인 런던 도시재생의 비밀
도시학자가 바라본 공간과 사람에 대한 철학
◎ 도서 소개
버려진 산업유산이 열린 공공공간으로 바뀌고
낙후됐던 동네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구심점이 되기까지!
전 세계의 롤모델이 된 런던 도시재생의 비밀
런던은 도시재생의 출발지다. 15세기를 전후로 이미 명성과 부를 축적한 런던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발전을 거듭해 20세기에 번영의 정점에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산업구조의 변화로 여러 지역이 쇠퇴하고 낙후되어갔다. 산업 시대의 영광이었던 발전소는 도시 경관의 방해꾼이 되었고, 교통 허브로서의 위상을 떨치던 기차역과 지역 경제를 이끌던 재래시장은 런던의 남북과 동서의 지역적 불균형을 가속화하는 흉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오늘날 이들은 영국 도시재생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살 수도, 머무를 수도, 걸을 수도 없던 황폐한 장소들은 어떻게 반전을 이루었을까? 이 책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도시의 풍경을 변화시켜온 런던 도시재생의 사례 10곳을 소개하고 위치, 규모, 기능, 역할, 성격 등 상황과 조건이 다른 이들이 어떻게 시민들에게 열린 공공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도시의 쇠퇴는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바른 해법을 찾는 것이야말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런던이 거쳐온 도시재생의 치열한 역사와 교훈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는 노력은 우리 도시의 재생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런던이 런던답게 도시재생을 이루었듯이 우리 또한 우리 도시다운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 출판사 서평
필연적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사진 100여 장과 전문가의 시선이 더해진
런던 도시재생의 모든 것
도시재생은 전 세계 모든 도시가 안고 있는 숙제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도시라는 공간을 어떻게 재정비하고 사람 사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실생활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지역발전’ ‘뉴딜사업’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로 오래된 산업유산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이끌었던 도시사회학자 김정후는 이번에 도시재생의 출발지인 런던에 주목했다. 런던이 도시재생을 시작하면서 어떤 문제와 마주했고, 어떻게 해결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논의들을 거쳤는지 20세기 후반부터 런던의 70년간의 치열한 노력을 한 권에 담았다.
영국에서 오랫동안 도시사회학자이자 건축가로 활동해온 만큼, 런던 도시재생의 과정과 결과, 그리고 전망을 전문적인 시선을 통해 분석했으며, 이와 더불어 런던 생활자로서 직접 카메라로 담은 사진 100여 장과 생동감 있는 감상도 덧붙였다. 전작이 대규모 산업유산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이끌어갔다면, 이번 책에서는 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시설로까지 시선을 확장시켰다.
도시재생의 출발지, 런던
런던의 대표 지역 10곳을 통해 본
살고 싶은 도시를 향한 노력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들에게 남은 것은 찬란한 영광을 과시하던 도시의 잔해뿐이었다. 이에 런던은 공공건물, 기반시설, 주택을 중심으로 도시를 재건하고,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빠르게 회복했다. 그러나 과거부터 상징성을 가진 장소, 지역 간 이익이 대립된 공간, 대규모의 정비가 필요한 시설 등은 여전히 많은 이해관계 속에 얽혀 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1951년 만국박람회 이후, 템스강변의 경관을 해치는 골칫덩어리가 된 ‘사우스 뱅크’ 지역, 오랫동안 방치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 런던에서 가장 추한 지하철 역이라는 오명을 얻은 ‘런던 브리지 역’ 등 이는 모두 템스강을 경계로 한 남북의 경제적 불균형에서 파생된 난제였다.
20세기 후반, 런던은 남북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도시재생사업을 펼친다. 그 기준은 ‘공공공간’, ‘보행 중심’ 그리고 ‘시민’이었다. 템스강 북쪽의 가장 부유한 지구와 남쪽의 가장 가난한 지구를 ‘밀레니엄 브리지’로 연결함으로써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을 하나의 도보 권역으로 묶고, 세인트 폴 대성당 뒤편의 ‘파터노스터 광장’도 역사적 맥락과 조화를 이루며 열린 공공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195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건축 사조인 브루탈리즘과 그에 대한 비판에 맞선 주상복합 ‘브런즈윅 센터’는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발전이 더 기대되는 ‘킹스 크로스’는 영국 도시재생이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영국다운 도시재생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도시재생은 소외된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런던 도시재생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 사람
런던을 통해 우리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다
흔히 도시재생을 소외된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한다. 외형이 화려하고 기술적으로 정교하더라도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장소는 쇠퇴하고 만다. 런던의 도시재생이 지향하는 가치도 바로 ‘사람’이다. 런던은 전통 건축유산을 보존하면서 과거와 현대를 조화시키고, 도시 전체를 함께 발전시켜 어느 곳 하나 소외받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이는 경제적 손익만을 따져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결과다.
런던의 도시재생은 현재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점’에 불과했던 파괴된 건축물의 복원은 런던의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가는 하나의 ‘선’이 되었으며, 런던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까지도 걸어서 이동하며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도보 권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확장은 런던 전체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면’으로서 진화 중이다. 런던의 도시재생은 더 이상 소외된 공간이 없는, 도시재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향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런던의 도시재생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정치인, 전문가,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고 그 범위도 계속 확대된다는 점에 있다. 어떻게 하나의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수백 번의 회의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공공과 민간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까? 어떻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이에 대한 공통된 답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축적한 런던의 노하우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런던의 도시재생을 모든 도시가 따라야 할 해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도시재생의 방법은 각 도시가 처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모두 다르다. 이 과정에서 런던 또한 크고 작은 실패도 경험했다. 그러나 런던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험했으며, 반성하고 실천했다. 이것이 오늘날 런던의 도시재생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런던의 도시재생에서 우리 도시의 미래를 찾아야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 본문 중에서
도시는 필연적으로 쇠퇴하기에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바른 해법을 찾는 것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런던이 거쳐온 치열한 도시재생의 역사와 노력을 들여다보는 것은 소중하다. 이를 통해 우리 도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지혜와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7쪽)
흔히 도시재생을 ‘소외된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이라 표현한다. 그렇다면 사우스 뱅크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라 부를 만하다. (…) 한마디로 사우스 뱅크는 모두를 위한 런던의 휴식처이자 아지트다. (31쪽)
오늘날 테이트 모던은 미술품을 전시하는 장소로서의 가치를 훌쩍 넘어선다. 문화예술공간이 쇠퇴한 장소, 나아가 지역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테이트 모던은 길게는 수백 년, 짧게는 적어도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온 템스강 남북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34쪽)
밀레니엄 브리지는 최근에 건설된 다른 다리들과 비교해 외형적으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 대신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을 보행자 전용 거리로 편안하게 연결함으로써 오랫동안 단절된 템스강 남북을 어우르고 런던을 통합하는 출발점을 만들었다. (82쪽)
런던시청은 사우스 뱅크에서 테이트 모던을 거쳐 런던시청까지 이르는 거대한 ‘수변 공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현 시점에서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은 템스강 남쪽 전체를 연계하는 거대한 수변 산책로다. (…) 런던시청뿐만 아니라 주변은 관공서와 사무공간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공공공간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독창적인 도시재생의 이정표를 세웠다. (103쪽)
도시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쇠퇴와 마주한다. (…) 샤드 템스는 기존의 산업유산과 주변 공간을 보호하고 재활용하는 것으로, 완전히 새롭게 조성하는 것 이상의 장소를 만들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다시 말해, 도시재생의 구체적인 대안과 가시적 성과를 낳았다. (126~127쪽)
21세기에 새롭게 탄생한 파터노스터 광장과 주변을 더욱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본 부지가 민간 소유이고, 철저하게 민간 주도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선 실수를 반복하지 않더라도 현재보다 훨씬 더 상업적이거나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에 세인트 폴 대성당을 중심으로 런던의 위용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모습으로 재탄생했고, 세인트 폴 대성당 주변에 소중한 공공공간을 제공했다. (145~148쪽)
올드 스피탈필즈 마켓은 본래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연계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평가하면 더욱 분명하다. (…) 시장 자체도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주변 일대는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종이에 먹물을 떨어뜨리면 검은 먹물이 주변으로 퍼지듯이, 변화 또한 확산된다고 할까? (1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