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래 가장 완벽한 러시아 소설!
세상 모든 악덕의 세례를 한 몸에 받은 인간
어느 한 사람에게 인간의 온갖 악덕을 한 스푼씩 집어넣는다면, 그는 어떤 인물이 될까?
저열함, 야비함, 천박함, 좀스러움, 옹졸함, 유치함, 졸렬함, 철없음, 이기적임, 어리석음, 시기심 많음, 게으름, 탐욕스러움, 비겁함, 미신적임, 소심함, 비관적임, 변명과 거짓말을 잘함, 허세가 심함, 차별적임, 오만함, 위선적임, 뻔뻔함, 음란함, 잔인함, 냉정함, 권위적임, 약자에게 강함, 불결함, 줏대 없음, 참을성 없음, 신경질적임…….
러시아 작가 표도르 솔로구프(1863~1927)의 소설 『찌질한 악마』(1907)에 등장하는 ‘페레도노프’는 놀랍게도 이 모든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미덕이라고는 한 점 찾을 수가 없는 아주 불쾌한 인물이다.
그는 자기애(愛)에 흠뻑 빠져 있으면서 타인에게는 무관심하며, 그들을 자신의 성공과 쾌락을 위한 도구로 취급한다. 교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의 거짓 잘못을 일러바치고는 아이들이 회초리로 맞는 모습을 즐기는 가학적인 취미를 가지고도 있다. 그는 거짓말과 발뺌을 밥 먹듯이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의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소동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 세상이 그를 이해해주지 않고 적대시하기 때문인 것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극적인 출세에 모든 희망을 걸지만 스스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동료와 이웃에게 호인인 척하면서 속으로는 그들의 행운과 성공을 시기하여 함정을 판다. 다른 사람의 충고와 조언은 모두 자신과 자신의 권위에 대한 공격이라 여겨 증오하고,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즐기면서도 복수를 당할까 두려워한다. 그는 누구 하나 믿는 법 없이 주변인 모두를 의심하다 마침내 환각과 망상에 시달린다.
페레도노프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래 러시아 소설에 나오는 가장 유명하고 잊지 못할 등장인물이다. ― 드미트리 페트로비치 미르스키(문학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