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다》는 비를 소재로 한 일본 작가의 산문집을 엮은 책입니다. 비가 내리면 온 사위는 물론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시간도 여느 때보다 느릿느릿 더디게 흘러갑니다. 책을 펼치면 고요히 이 순간을 느끼는 빗속 여행이 시작됩니다. 비의 회상 은 비 내리는 풍경 속에서 떠오른 저자의 어린 날의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신록의 비 는 온 사위가 초록빛으로 물든 신록의 계절에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를 예찬하는 산문입니다. 비 오는 날 향을 피우다 는 비 오는 날 백단향 속에서 피어오른 저자의 아름다운 상념이 깃든 이야기입니다. 꽃보다 비 는 장맛비를 애정하는 마음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낸 산문입니다. 빗방울 은 세상만사와 인생을 빗방울에 비유한 저자의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책 속으로] - 어젯밤부터 내리던 비는 마침내 그 기세를 더하는가 싶더니 낮부터 억수같이 쏟아져 내렸다. 연둣빛 나뭇잎은 빗방울에 휘청거리고 집안에 자리한 물건에는 검푸른 그림자가 가라앉아 있다. - 나무는 검은 음영을 드리운 채 흔들리고 이따금 조각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쳤다. 엷은 초록 잎의 그림자가 눈부시게 빛나고 흙과 풀에서는 무더운 여름이 피어올랐다. - 나는 깊은 밤 욕조에 느긋하게 누워 빗소리 듣는 걸 좋아한다. 비가 내리는 요즘은 그런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때이다. - 향의 연기가 스러질 무렵이면 나는 가벼운 피로를 느끼는 까닭에 일어나 문을 밀어젖힌다. 마음속에 내리던 비는 밖에서도 어김없이 내리고 있다. - 밝은 햇살 속으로 불타 사라져가는 색채의 변화는 그저 쓸쓸히 바라보는 내 가슴에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긴 지극히 아름다운 문장들을 읽어나가는 듯한 부드러운 비애를 남긴다. -차분히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러저러한 기억이 마음에 되살아나 하나의 그리운 풍정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