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인
등단한 순간과 시인이 된 순간이 다르다고 믿는 사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정말이지 열심히 한다. 어떻게든 해내고 말겠다는 마음 때문에 몸과 마음을 많이 다치기도 했다. 다치는 와중에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삶의 중요한 길목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일을 하다가 마주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니 오히려 그랬기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쓸 때마다 찾아오는 기진맥진함이 좋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때문이 아니라, 어떤 시간에 내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엉겁결에 등단했고 무심결에 시인이 되었다. 우연인 듯,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은 사람을 들뜨게 만들지만, 그것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글쓰기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기에 20여 년 가까이 쓸 수 있었다. 스스로가 희미해질 때마다 명함에 적힌 문장을 들여다보곤 한다.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항상’의 세계 속에서 ‘이따금’의 출현을 기다린다. ‘가만하다’라는 형용사와 ‘법석이다’라는 동사를 동시에 좋아한다. 마음을 잘 읽는 사람보다는 그것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02년 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와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너랑 나랑 노랑』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87년생. 밀레니얼 세대의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고려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대학생이던 때, 당시 기성세대가 주도하던 ‘청춘 담론’이 정작 청춘의 실제 삶을 겉돌고 있다는 생각에서 『청춘인문학』을 출간하며 집필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삶으로부터의 혁명』(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서 청춘, 사랑, 죽음의 문제를 다루며 우리 사회문화 전반으로 담론을 확장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특징을 분노로 규정하고 이를 철학적으로 탐구한 『분노사회』를 내놓으며 독창적인 신예 저술가로 주목받았다.
세월호 문제 등과 관련해 인간 이타성을 탐구한 『사람은 왜 서로 도울까』, 소비의 시대에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묻는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문학 전공자의 정확성과 깊이로 고전의 쓸모를 이야기하는 『고전에 기대는 시간』 등을 출간했다. 이후 공저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에 필진으로 참여했으며, 에세이집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를 내놓았다.
KBS, MBC, SBS, EBS, TBS, TvN 등의 다양한 교양, 도서 프로그램과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했으며, KBS1라디오 [생생매거진]에서 고정 코너를 맡아 진행했다. 강연전문 플랫폼 SeriCeo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강의를 매달 진행해왔으며, 여성가족부 성평등위원(성평등보이스)으로도 활동했다.|||1983년 서울 홍대입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현대 소설을 연구하다가 ‘309동 1201호’라는 가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썼고, 그 이후 대학 바깥으로 나와서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한 『대리사회』를 썼다. 후속작인 『훈의 시대』는 한 시대의 개인들을 규정하고 통제하는 언어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있는 경계인이었다. 저자는 그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어느 균열이 있다고 믿는다. 그 시선을 유지하면서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개인과 사회와 시대에 대한 물음표를 독자들에게 건네려고 한다. 특히 가볍지만 무거운, 그러나 무겁지만 가벼운 김민섭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되고 싶어 한다. 지금은 망원동에서 글을 쓰고 책을 기획하거나 만들고 이런저런 노동을 하며 지낸다. 1인출판사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진격의 독학자들』(공저), 『고백, 손짓, 연결』, 『거짓말 상회』(공저),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공저), 『아무튼, 망원동』이 있고, 기획한 책으로 『회색인간』 등 김동식 소설집과 『저승에서 돌아온 남자』와 『무조건 모르는 척하세요』 등 ‘문화류씨 공포 괴담집’ 시리즈가 있고, 만든 책으로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와 『내 이름은 군대』가 있다.|||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 현재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읽기와 쓰기를 좋아해 그 틈바구니 속에서도 무엇인가 계속 적어댔으며, 글로 전해지는 감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믿는다.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를 썼다.
누군가의 안온한 하루는 곧 누군가의 지독한 하루이기도 하다. 매일 밤 응급실은 예기치 못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로 붐빈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그 불행을 하나도 피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 현장에서 숱한 하루를 버텨낸 의사의 목소리를 이 책에 담았다. 여기 담긴 기록은 매일의 비극을 똑똑히 목격하고 마치 참회하듯 써내려간 글들이다. 결국 예고 없이 닥치는 운명의 가혹함을 인간의 힘으로 이겨내지 못했을지라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독한 하루 앞에 지독하게 저항하는 인간의 간절함이 여기 있음을. |||시인. 매니큐어가 마를 때까지 잘 기다리지 못하는 인간이다. 1992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선 모자 위에 납작한 돌을 얹고 다녔다. 2016년 [중앙일보]로 등단했다. 2017년 시집 『책기둥』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고 상금으로 친구와 피자를 사먹었다. 일상을 사는 법을 연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시작했으며, 시와 소설, 일기를 일반 우편으로 배송하는 1인 문예지 ‘오만가지 문보영’을 발행한다. 시보다 피자를 좋아하고, 피자보다 일기를 좋아하며, 일기보다 친구를 더 사랑한다. 시집으로 『책기둥』 『배틀그라운드』, 산문집으로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 있다.|||내 인생의 삼원색은 책 술 축구인데, 축구에 이어 술로도 책을 쓰니 세상의 모든 색깔을 다 가진 기분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썼다.|||진주에서 났지만 태어나기만 했고 주로 부산에서 성장했다. 서른에 독립하여 무작정 강원도 평창에 집을 얻었다. 그냥 강원도에 살고 싶었다. 그 후로 2년에 한 번, 여행 다니는 기분으로 이사를 다닌다. 사실은 집이 없고 혼자라서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울기 좋은 집에서 반려견 장군이와 단둘이 살고 있다.
2018년 단편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동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글을 쓴 지 20년 만의 일이었다. 수상 소식을 듣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내게 상처 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산문을 썼고, 꿈을 이루기 위해 소설을 썼다. 결국 눈물과 결핍 덕분에 작가가 되었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소설 쓰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매일 쓰고 또 쓴다. 꿈속에서도 글만 쓴다. 가난하고 여전히 자주 울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