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들도 냉동 보관이 가능할까?
지금 마음을 꽉 채운 어떤 것들.
이를테면, 부드럽게 움직이던 그의 입술, 깊이를 알 수 없던 눈빛,
수없이 아름답던 미소, 따뜻한 목소리, 두근대던 맥박, 몸의 온도, 거센 심장의 울림,
밤의 느린 움직임, 맞닿는 곳마다의 뜨거운 촉감, 그 정중한 음탕함까지.
그리고 그와 함께한 봄의 바람, 숲의 촉촉함, 습한 바다의 냄새,
총총했던 별, 부드럽게 내리던 달빛,
다정하고 따뜻했던 밤, 낮게 부르던 휘파람,
덜컹대던 버스에서 닿았던 무릎의 촉감, 수많았던 입맞춤,
그 모든 낮과 밤의 기억들.
***
달리는 버스의 창문을 열자 꽃향기를 담은 봄바람이 들어왔다.
“기분 좋다. 바람에도 취한 것 같아.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야.”
승후가 만족한 얼굴로 눈을 감고 말했다.
이나도 그와 같은 기분이 되어 보고 싶어 눈을 감고 바람을 마셨다.
봄의 바람 냄새는 촉촉하고 향기로웠다. 포근하고 따뜻하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모두 뒤섞여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러고 보니 이나 역시 바람에 취해 버린 것 같았다.
취했다는 것이 어떤 기분이냐면
두근거리고, 상기되고, 말랑거리고, 나른하고, 숨쉬기도 곤란한
그런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