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언급하려는 모든 책이 출판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세상은 어쩌면 더욱 살기 좋았을지도 모른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마르크스주의는 역사 안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되었고 20년 전까지도 학자들 사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구소련(the Soviet Union)을 덮고 있던 보호막이 벗겨지고 중국 대륙을 가리고 있던 보호막도 찢긴 후 그 안에 감춰졌던 수천만의 썩은 시체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공산당 선언》이 쓰이지 않았더라면 이런 불행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늦은 후회를 해야 했다. 비록 때로는 대살육의 만행이 다른 형태로 행해지거나 절묘하게 은폐되기도 하지만 히틀러의 《나의 투쟁》과 뒤이어 언급될 다른 책들에 관해서도 같은 후회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책들을 모조리 불태워 없애기라도 해야 하는가? 하지만 알다시피 그럴 수는 없다. 단순히 환경 문제만 고려하더라도 그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전에 누군가가 말했듯이 마치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개체 수를 불려가는 것처럼 무한한 재판(再版)을 통해 널리 퍼져가는 이 해로운 책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최고이자 유일한 방법은 바로 그 책들을 하나하나 읽는 것이다. 악의로 가득 찬 책들을 하나하나 읽고 그 전후를 속속들이 알아내어 그 속에 감춰진 사악한 진실을 밖으로 끄집어내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