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옥의 작품은 타임머신을 타고 지난 시간을 여행하기도 하고, 울고 웃던 시절을 회상하며 감회에 젖고 있다. 비교적 지성적인 내용으로 점철된 글이 많지만 감성적인 글, 철학적인 글로 형상화된 글도 많아 깊은 울림이 있다. 단문을 통해 은유적인 기법과 미학적인 사고로 승화되고 있어, 심연에 감추어진 삶의 흔적을 둘러보며 인간의 근본문제를 탐색하는 것이 특징이다.
젊은 시절, 대학 재학 때도 영미소설과 영미 시, 영미희곡, 그 외에도 세계문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고백하는 작가이다. 글들이 잔잔한 느낌으로 지난날을 회상하는가 하면, 감성적인 작품보다 이성적인 글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어 독서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난다. 삶의 과정도 만만치 않을 때가 적지 않아, 인간은 누구나 십자가를 짊어지고 걸어가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시지프스 신화’에서 시지프스가 날마다 굴러 내리는 돌덩이를 두 어깨에 메고 극복한 것처럼, 작가도 삶 속에서 그와 다르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무엇보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어,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도 표범의 높은 정신과 그 고고함을 작가와 접목하며 연상하게 한다.
소나무의 푸른 기상과 절개, 유교적 덕목까지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 그 저력이 남다르게 나타난다. 황제의 꽃인 수레국화, 고난의 마디를 통과하며 100년 만에 꽃을 피우는 대나무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 작가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의상에 대한 철학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 김계옥의 진면목을 살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