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널 대신할 희생자를 찾았으니까.”
* * *
《뉴욕타임스》ㆍ아마존 베스트셀러, 《타임》ㆍ북리스트ㆍ커커스 리뷰 2019년 올해의 책
〈킹스맨〉, 〈엑스맨〉 제인 골드먼 각본,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화 확정!
“당신은 지금 체인에 들어왔어요.”
살아 있는 범죄의 순환 고리,
‘체인’의 올가미에 걸린 자는 반드시 괴물이 된다.
딸이 납치당했다. 납치범의 요구는 두 가지. 하나는 딸의 몸값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할 것, 다른 하나는 직접 아이를 납치해 몸값을 요구할 것. 납치범은 자신도 아들을 납치당해 지시대로 하는 거라며 몰아붙인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이 납치범의 아들도 자신의 딸도 죽는다. 레이철은 자식을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자기 딸을 위해 다른 아이를 희생시킬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이 순간까지는.
◎ 도서 소개
“우리가 누구고 무슨 짓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는,
앞으로도 모르게 해달라고 비는 게 더 좋을 거야.”
― 평범한 여성의 삶을 단숨에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범죄 조직 ‘체인’의 덫
미국 최고의 추리소설상 에드거상 수상에 빛나는 작가 에이드리언 매킨티의 장편소설 『더 체인』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10여 편의 작품으로 에드거상을 포함해 네드 켈리상, 배리상, 앤서니상을 수상하고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릴러 작가로 떠오른 에이드리언 매킨티의 국내 첫 출간작이다.
크게 2부로 구성된 소설 『더 체인』은 1부 ‘실종된 소녀들’에서 열세 살 소녀 카일리가 납치된 목요일 아침부터 카일리의 엄마 레이철이 범죄 조직 ‘체인’의 요구를 완수하는 월요일 오후까지 나흘간 일어난 사건들을 레이철과 카일리의 시점을 오가며 박진감 넘치고 흡인력 있게 보여준다. 2부 ‘미궁 속 괴물’에서는 사건이 끝나고 시간이 흐른 후에도 ‘체인’의 위협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레이철이 직접 체인의 비밀을 추적해 범죄 조직의 실체를 찾아가는 모험을 그린다.
레이철은 서른다섯 살의 평범한 여성으로, 남편과 이혼한 후 딸 카일리와 단둘이 살고 있다. 지독한 항암치료를 통해 이제 막 죽음을 극복했고, 불안정한 자리지만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대학교 철학 강사 일을 구하게 되면서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그런 레이철에게 어느 날 갑자기 끔찍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카일리를 지금 납치했으니 딸을 되찾고 싶다면, 2만 5천 달러의 돈을 보낸 후 다른 아이를 납치해 그 아이의 부모에게도 똑같은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체인’의 명령이라고. 레이철은 이 재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무가내로 달려들기 시작한다. 돈을 구한 후 다크웹에 접속해 비트코인을 보내고, SNS로 다음 타깃을 물색한 다음 협박에 사용할 총을 구한다. 그 모든 범죄에 가담하며 가까스로 딸을 되찾은 레이철. 레이철과 카일리는 과연 체인의 덫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레이철은 저 아래 지하실에 있는 어밀리아가 아직도 살아 있을까 생각한다.
동시에 지금의 자기 자신이 어떻게 그토록 대수롭지 않게,
냉정한 태도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 윤리적 생각과 행동의 간극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스릴러
끔찍하고 비밀스러운 범죄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와 순식간에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어버린 레이철은 자신이 지켜온 가치관과 일상이 완벽하게 망가져가는 것을 생생하게 느낀다. 그러면서도 바로 어제까지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범죄를 냉정하고 차분하게 저지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마치 완전한 타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낯설게 여기기 시작한다.
에이드리언 매킨티는 2012년 멕시코시티에서 실제로 발생한 ‘피해자 교환 납치’ 사건에 착안해 『더 체인』을 창작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교환 납치는 납치 피해자를 대신해 가족 구성원이 스스로 인질이 되겠다고 자청하는 것을 악용한 범죄의 한 수법이다. 또한 매킨티는 두 딸을 키우면서 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기에 이런 상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아이와 그 가족에게 다시 없을 고통을 안겨주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주장은 당연하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이라는 사실도 당연하다. 하지만 작가는 이 범죄 한가운데 우리를 끌어들여 감정을 이입하게 되었을 때 경험하는 감정과 혼란을 체감하게 하면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인 사랑이 바로 ‘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 조직이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동력임을 지적한다. 그와 동시에 사랑으로 인해 윤리적인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비윤리적인 상황에 속수무책 끌려갈 뿐 아니라 적극 가담하게 되는 수많은 피해자를 보여주면서 윤리적인 생각이 곧 윤리적인 행동을 담보하는 것이 아님을, 인간인 이상 누구도 윤리적 생각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직시하게 한다. 이러한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찰과 끈질긴 전개야말로 ‘사악하고 무시무시하다’는 평과 함께 ‘한 편의 걸작. 이 장르에서 나온 소설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가 『더 체인』에 동시에 쏟아질 수 있는 이유이다.
◎ 이 책에 보내는 찬사!
★★★★★ “이 악몽 같은 소설은 믿기지 않을 만큼 추진력 있고 독창적이다.”_ 스티븐 킹
★★★★★ “부모의 사랑, 선과 악의 본질. 도덕적 한계를 실험하는 소설.” _《뉴욕타임스》
★★★★★ “평범한 사람이 맞닥뜨린 완전히 미친 세계……. 빠져들게 될 것이다.” _ 아마존
★★★★★ “당신은 정말로 자식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가? 납치범이 되는 일까지도?” _《워싱턴포스트》
◎ 책 속에서
“너 이게 뭔지 알아?” 남자가 묻는다.
“총요.” 카일리가 대답한다.
“총은 총인데 네 심장에 겨눈 총이지. 네가 비명을 지르거나 반항하거나 도망가려고 하면, 널 쏠 거야. 알아들었어?”
카일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착하네. 얌전하게 굴어야 해. 이 눈가리개를 써. 네 생사는 이제 너희 엄마가 앞으로 24시간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거든. 혹시…… 우리가 널 풀어주게 된다면, 네가 우리 얼굴을 몰라야 하잖니.” _ 12쪽
“레이철 오닐 씨인가요?” 목소리가 묻는다. 다른 목소리다. 이번에는 여자다. 혼비백산한 듯 들리는 여자 목소리.
레이철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결혼 전 이름인 레이철 클라인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핑계로 임박한 재앙을 외면하고 싶지만, 소용없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 그 어떤 말로도, 그 어떤 행동으로도 이 여자가 전해줄 최악의 소식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맞는데요.” 레이철이 말한다.
“정말 미안해요, 레이철. 끔찍한 소식이 있어요. 지시 사항을 받아 적을 펜과 종이가 준비됐나요?”
“무슨 일인데요?” 이제는 정말로 무서워진 레이철이 묻는다.
“내가 당신 딸을 납치했어요.” _ 21쪽
프로필과 게시물을 누구나 볼 수 있게 전체 공개로 해놓은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조지 오웰이 틀렸어. 레이철은 속으로 생각한다. 미래에 광범위한 감시 수단을 써서 만인을 감시하는 건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 될 거야. 국민이 자기들 위치, 관심사, 음식 취향, 식당 선택, 정치사상, 취미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그 밖의 온갖 소셜미디어에 지속적으로 업로드해서 국가의 일을 대신해주게 될 거야.
알고 보니 고맙게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몇 분 단위로 업데이트하면서 잠재적 납치범이나 강도 들에게 자기의 행방과 내밀한 위치 정보를 시시각각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요긴한 정보다. _59쪽
그들이 대체 왜 그녀를 골랐는지 레이철은 다시 한번 궁금해진다. 그녀에게서 어떤 면을 보았기에 유괴 같은 사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한 걸까? 레이철은 지금껏 성실하게 살아왔다. 헌터 칼리지 고등학교 시절에는 전 과목 A를 받았고, 대학 입학시험에서도 고득점을 받고 하버드 면접에도 붙었다. 과속도 절대 하지 않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그 어디에도 지각하는 법이 없다. 주차 위반 딱지라도 받으면 몹시 괴로워한다. 그런데 이제 한 가족에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_ 76쪽
관심이 전혀 없는 세 개 층을 무심하게 둘러보고 지하실은 꼼꼼히 살펴본다. 지하실은 벽돌 벽과 콘크리트 바닥으로 되어 있고 세탁기와 건조기, 보일러 외에 아무것도 없다. 집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콘크리트라서 그 기둥 중 하나에 아이를 사슬로 묶어놓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레이철은 건조기 위로 난 작은 창문을 자세히 본다. 이 창문은 시내 철물점에서 판자를 사 와서 가릴 것이다.
흥분과 혐오감으로 몸서리가 쳐진다. 어떻게 그녀가 이런 생각을 척척 해낼 수 있는 걸까? _ 85~86쪽
죽음은 인생 최악의 일이 아니다. 인생 최악의 일은 자식에게 변고가 생기는 것이다. 자식이 생기면 계속해서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 부조리란, 의미를 열망하지만 이 세상에서 의미를 못 찾아내면서 생기는 존재론적 모순이다.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는 누릴 수 없는 사치다. _195쪽
아이를 죽이는 것, 누구도 할 수 없는 최악의 행동이다.
하지만 카일리를 다시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하는 것보다는 낫다.
레이철은 울기 시작한다. 고통과 분노가 해일처럼 몰려온다. 그 사람들은 이런 걸 보고 웃는 걸까? 선량한 사람들한테 끔찍한 짓을 억지로 시키고는 그걸 지켜보면서? _ 278쪽
카일리가 새로 산 빨간 코트를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제 엄마처럼 카일리도 행복한 척하는 데 점점 도가 트고 있다. 한쪽 입꼬리를 살짝 위로 올리고 목소리를 억지로 밝게 꾸민다. 하지만 눈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카일리는 최근 걸핏하면 위경련을 일으킨다. 의사들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으레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만 한다. 너무 아파 몸을 웅크리게 하고 악몽으로 침대에 오줌을 싸게 하는 스트레스. _315~316쪽
레이철은 이제 모든 게 이해된다.
체인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감정인 사랑을 이용해서, 사랑의 힘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끔찍한 수단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형제자매간의 사랑, 또는 연인의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는 먹히지 않을 수단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혀 없거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시오패스만이 체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아리아드네와 테세우스를 파멸로 이끌었다.
보르헤스 소설 속의 미노타우로스도 마찬가지다. _4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