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는 다섯 살 쌍둥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다섯 살 쌍둥이의 부모가 되다! 이 책은 다섯 살 쌍둥이 딸을 입양한 가족이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가족 성장기’다. 보통 ‘입양’ 하면 신생아 입양을 떠올리지만, 저자인 이창미 씨는 ‘연장아 입양’(만 3세 이상의 아동을 입양하는 것)을 택했다. 연장아 입양의 경우, 다른 환경에서 여러 해를 살아온 만큼 서로 맞춰 나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 초반에 ‘전신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병을 앓았고,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결혼 후 약을 끊으면서 아이를 가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약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입양기관에 신생아 입양을 신청했지만, 과거의 병력 때문에 그마저 거절당한다. 그러다 2년 뒤 기적 같은 인연이 찾아왔고, 다섯 살 딸 쌍둥이 가연이, 가은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입양 몇 달 후 둘째 가은이에게 ‘뇌병변 6급’ 장애 진단이 내려진다. 이 책에는 초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다섯 살까지 자란 두 딸이 만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갑자기 환경이 바뀐 탓인지 아이들은 입양 후 한 달간 밤마다 괴성을 지르며 울었고,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시도 때도 없이 떼를 썼다. 아이 우는 소리를 못 견디는 아빠, 천방지축인 아이들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버거워하던 엄마는 두 딸과 실랑이를 하며 한 걸음 물러서서 기다리고 넉넉하게 품어 주는 법을 배워 간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담담함과 솔직함이다. 아름답게 꾸미거나 훈훈하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저질체력 엄마에 예민한 아빠, ADHD 의심 판정을 받을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큰딸 가연, 뇌병변 장애가 있어 뭐든 남보다 더딘 둘째 가은이가 함께 써가는 가족 이야기는, 완벽한 사람들만 입양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모난 부분을 다듬어 가고 부족한 조각을 채워 간다. 이렇듯 호들갑을 떨거나 과장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담담하게 품으며 앞으로 나아간 저자의 기록은 우리가 당연한 듯 품고 있던 것들을 다시 보게 한다. 당연히 엄마가 된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엄마’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하고, 가족이란 으레 늘 곁에 있는 것이라 여겨 왔던 사람들에게 가족 또한 사랑과 노력을 통해 성장하는 유기체임을 깨닫게 한다. 늦게 만나 서툴게 시작했지만 이 가족이 각자의 부족함과 상처를 딛고 ‘우리’가 되어 가는 과정은 독자들로 하여금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다. 월간 지령 500호 기념 공모 ‘당신의 삶을 책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당선작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면 열두 권도 더 될 거다.” 흔히 듣는 이 말을 현실로 옮긴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지난해 말 월간 는 지령 500호를 맞아 ‘당신의 삶을 책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공모를 실시했다. ‘한 사람의 진실한 삶은 마음이 움직이는 힘이 있고, 그러한 감동은 다른 사람에게도 살아갈 힘이 된다’는 믿음에 기반해, 독자 사연을 공모한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삶의 이야기가 있다면 글 솜씨가 없어도, 아예 글을 몰라도 괜찮다는 아주 특별한 사연 공모였다. 총 155명이 응모했고, 이해인 수녀, 주철환 JTBC 대PD, 김미라 라디오 작가, 박인식 KBS PD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다섯 차례에 걸친 심사 끝에 이 책의 저자인 이창미 씨가 당선되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합류해 어떤 책을 어떻게 쓰고 만들고 다듬고 알릴 것인지를 의논해 책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기획부터 자료 수집, 계약, 집필, 목차 구성, 윤문, 디자인 등 아홉 달에 걸친 전 과정은 월간 를 통해 중계되었다.(2012년 2월호~12월호) ‘모든 사람에게는 경이적인 스토리가 있다.’ 작가 폴 오스터의 말이다. 한 번도 전문적으로 글을 써본 적 없는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가 쓴 이 책은, 유려한 필력을 자랑하는 책도 많지만 책이 주는 감동은 무엇보다 글쓴이의 삶이 가지는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담담하게 읽어 내려간 이 책이 책장을 덮고 난 후 더 깊은 여운을 선사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 사람의 인생보다 더 감동적인 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