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면에는 아직도 야색이 개이지 않았는지 물결이 개온한 아침 얼굴을 보이지 않았건만, 한라산 이마는 아름풋 한 자주 빛이며 엷은 보랏빛으로 물들은 것이 더욱 거룩해 보이지 않습니까. 필연코 바다 저쪽의 아침 해를 미리 맞음인가 하였으니, 허리에 밤잔 구름을 두르고도 그리고도 그 위에 다시 훤칠히 솟아오릅니다. 배가 제주성내(濟州城內) 앞 축항(築港) 안으로 들어가자 큼직한 목선이 선부(船夫)들을 데불고 마종을 나온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소나기 한줄금을 맞으며 우리는 목선(木船)에로 옮겨 타고 성내로 상륙하였습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