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오전 9시 고원역(高原驛)에 나렸소. 벌판 아카시아와 피수수 숲속에 파묻힌 일한역)이오. 내 딴에 출구를 차차 나가랴는데 역부가 “표! 표!”하고 아우성을 하는구려. 이 역에는 별로 개찰구라는 것이 없으니까 월대(月臺)에서 곧 표를 거두는 모양인가 보오. 그렇다고 그처럼 아성을 할 것이야 무엇이오. 제나 나나 어찌어찌하다가 인간에 잘못 떨어져 갖은 인간고(苦)를 겪는 중에 또 어찌어찌하다가 저는 역부가 되고, 나는 그 역에서 나리는 객이 되었으니 인정(人情) 간에 “오시노라고 애썼소. 표나 내시오” 이랬으면 저도 좋고 나도 좋지 않소?<‘역부(驛夫)’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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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 이광수(李光洙)(1892∼1950) 호 춘원(春園)
시인, 소설가, 평론가
평북 정주 출생
오산학교 교사
와세다 대학 철학과 수학, 일진회 활동
독립신문 사장, 동아일보 편집국장, 조선일보 부사장
조선문인협회 회장
매일신보 최초 장편소설 ‘무정’ 연재 발표
다수 작품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