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폭동의 계곡은 한 말로 말하면 조화의 영묘한 잔치를 차릴 대로 차린 청미채랑(淸微彩朗)의 동학(洞壑)(동굴과 계곡)이다. 중중다첩(重重多疊)한 삭봉(削峯)(산봉우리)에 어울리는 감벽색천공(紺碧色天空)(쪽빛하늘)에 편편백운(片片白雲)(흰 구름 한 조각)이 넘어가고 넘어오며<중략> 회상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지난날의 감고(甘苦)(괴로움)와 미추(美醜)를 반추(反芻)하며 당래(當來)할 내 신상을 반조(反照)시키는 것이 이 악착한 누리에 있어서 얼마나 무서운 일이랴. 정밀과 순수의 심정(深淨)한 마음으로 그저 금방 당한 일을 망각의 심연 속으로 집어던지고 싶다. 한갓 무(無)반성한 자신을 가지고 먹고 싶은 신선한 베 알을 쪼고 있는 참새들의 기반 없는 단순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그렇게 다만 한순간이라도 살 수 있다면 행복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