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언니의 죽음 이후 죽은 듯이 사는 여자, 정유주.
죽은 언니가 매일 밤 꿈속을 거니는 것이 일상이라
유주는 신경 안정제를 비타민처럼 씹으며 살아간다.
공황 증세가 유독 심해지는 9월의 어느 날.
유주는 자신이 일하는 미술관에서 패닉을 맞이하고
아무도 오르지 않는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 몸을 숨긴다.
하지만 아무도 없어야 하는 그곳에서
“안녕.”
낮고 고요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리연’ 미술관의 젊은 주인이자 유주의 상사인 최도현.
미인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그는
그림처럼 고혹적이고 관능적이었지만 스산하고 서늘했다.
새카만 눈동자와 어우러지는 붉은 눈가가 심히 위험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겁이 없는 편인가 봐.”
“…….”
“여기까지 올라와 우는 걸 보면.”
그리고 그녀의 앞에 나타난 또 한 사람.
― 나 한국으로 돌아가.
3년 만에 귀국 소식을 알린 그는 유주의 오랜 친구이자
미술계의 젊은 천재이고,
죽은 언니의 오랜 연인이었던 최수현이다.
겁이 많은 유주는
두렵지만 편안한 도현과 편안하지만 두려운 수현을
아름다운 그림이 가득한 미술관에서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