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가 있다.
온 우주가 나의 불행을 바라는 것 같을 때.
“귀책금 50만 달러를 회사에 배상해야 한다고요?”
단 한 번의 실수가 가난한 유학생 서은재에게
5억이 넘는 빚을 지게 만든 지금 같은 때.
그런 때도 있다.
함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빠지는 것 외에 길이 없을 때.
“잡아. 서은재 씨 지금 도움 필요하잖아.”
상냥한 미소와 오만한 눈동자를 가진 정지섭이
말도 안 되는 거래를 제안하며 손을 내미는 지금 같은 때.
“몸 파는 것만 아니라면 뭐든지…….”
“난 서은재 씨 몸이 필요해.”
이건 구원의 동아줄일까, 지옥행 급행열차일까.
설명 따윈 없었다. 갈등할 시간조차 사치다.
뭐든 붙잡아야만 했을 때 내밀어진 유혹의 손을 잡자,
“앞으로 180일.”
“네……?”
“내 아내가 돼 줘.”
남편이 생겨 버렸다. 6개월짜리, 지나치게 잘난 남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