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당한 역사, 목호의 난을 복원한다
1374년 8월, 제주 해안가에 314척의 고려 전함이 나타났다. 곧이어 명장 최영이 이끄는 2만 5,600명의 고려군이 제주 땅에 상륙했다. 제주민 숫자와 맞먹는 수의 대군이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작전은 성공했고 수천의 탐라 몽골군은 제거되었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제주민 또한 이 토벌전에서 희생당했다. 섬 인구의 절반이 살육당했으니 제주 최고의 비극이라는 4·3사건과 비견할 참사였다.
2013년 가족 3대의 미시사로 한국 근현대사를 재구성한 『정가네 소사』로 부천만화대상 우수만화상을 수상했던 정용연 작가가 7년 만에 발표하는 『목호의 난, 1374 제주』는 645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반란 사건을 다루고 있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구체적 삶에 천착했던 전작의 미덕은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웅숭깊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원과 명의 권력 교체, 고려 지도층 내 부원 세력과 자주 세력의 대립, 공민왕의 도전과 좌절 등 목호의 난을 둘러싼 복잡한 인과 관계를 능수능란하게 구성하여 사건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도모한다. 다른 한편, 몽골의 후손 석나리보개와 고려 여인 버들아기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시간을 살아내고 죽어가야 했던 작은 마을, 작은 사람들의 꿈과 좌절을 그려내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역사에서 잊힌 목호의 난을 새롭게 기억할 것을 제안하며 목호 토벌 전쟁이 승전(勝戰)으로 기록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목호의 난, 1374 제주』는 역사적 비극을 당대 제주민의 시각에서 새롭게 이해하는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