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소개
온 제경이 화려하게 피었는데,
오로지 그 한 사람만 시들어 있었다
넷플릭스가 선택한 최고의 중드 <천성장가>의 원작 소설!
김용, 고룡의 뒤를 잇는 무협소설 작가 천하귀원의 대표작!
집에서 쫓겨나 생존을 위해 남장을 하고 청명서원에 들어간 소녀가 뛰어난 지략을 펼치면서 벌어지는 무협로맨스 『황권』(전 6권) 1권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위지’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며 황권 다툼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든 소녀 봉지미, 냉혹한 황실에서 자라 철저하게 본심을 숨기고 치밀한 전략을 펼치는 초왕 영혁, 이 두 사람은 황권을 차지하기 위한 여정을 함께하면서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제껏 알지 못했던 운명의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리는데…….
바다 같은 지모를 가졌으나 천하를 얻기 위해 자신을 감춘 그,
심연처럼 깊은 지혜를 품었으나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
두 사람의 만남은 비정한 운명의 시작이었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양모 봉 부인의 집에서 자란 봉지미는 사생아라는 이유로 온갖 구박과 멸시를 당한다. 결국 그녀는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생존을 위해 남장을 하고 ‘위지’라는 이름으로 청명서원에 들어가 글공부를 시작한다. 그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열여섯 살에 관리로 등용된 그녀는 음모와 암투가 벌어지는 조정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뛰어난 지략으로 활약을 펼친다.
한편 초왕 영혁은 전쟁포로 출신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여섯 번째 황자로 천하를 손에 넣기 위해 황자들과 암투를 벌인다. 복수를 위해 살인을 하던 봉지미와 만난 날부터 연이어 사건이 벌어지고, 두 사람은 암투와 음모를 함께 헤쳐나가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싹튼다. 하지만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비정한 운명이었다!
“저 여인은 꼭 주군을 닮았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여인이 꿈꾸는 천하 통일!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두 사람의 운명은?
작가 천하귀원은 여느 로맨스 소설과 달리 호방하고 힘찬 필치로 로맨스와 의협을 절묘하게 그려내어 남녀 독자 모두에게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황권」역시 웅장한 기상을 품고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한 봉지미의 활약을 치열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면서도, 유머러스한 대화로 리드미컬한 흐름까지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또한 대표작 「부요황후」가 중국작가협회 제1회 웹소설 심포지엄 대상 작품 5편 중 하나로 선정되며 대중을 사로잡은 이후, TV드라마로 제작된 두 번째 작품이다. 현재 유명 배우 천쿤과 니니 주연의 <천성장가>로 제작되어 넷플릭스에서 대중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원작소설 「황권」은 드라마에 담아내지 못한 깊이 있는 이야기와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입체적인 서사를 그려낸다. 황권을 향해 날아오르는 여인 봉지미를 둘러싸고 냉철한 전략가 초왕 영혁, 극강의 무공을 지닌 고남의, 초원의 대왕 혁련쟁, 흑과부 화경, 영징, 연회석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지며 감동과 깊이를 더해준다.
“하늘이 만든 화는 피해도 스스로 자초한 화는 피할 수가 없는 거야.
오늘부터는 처신을 아주 잘해야 할 거야.”
봉지미는 웅장한 기상을 품고 원대한 꿈을 꾸는 여인으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행보를 보여주며 초왕 영혁과 겨룬다. 봉지미는 남자들만 있는 서원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열여섯 살에 관리로 등용되고, 조정에 들어가 태자를 멸하고 외척을 숙청하며, 열일곱 살에는 대월의 안왕을 패배시켜 무위장군 겸 예부시랑에 오른다. 황실의 치열한 암투와 잔인한 전장 속에서 큰 공을 세우며 강인함을 잃지 않았던 그녀는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16년간 감추어져 있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로 인해 그녀는 복수심에 불타 이성을 잃고 한때 깊이 사랑했던 영혁에게 원한을 품고, 곁에 있는 핏줄마저 위험에 빠뜨린다. 두 사람은 걷잡을 수 없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결국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게 된다. 과연 뒤엉켜있는 오해와 진실들을 풀어낼 수 있을까?
◎ 책 속에서
“왠지 조금 익숙한 느낌이 듭니다.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교활하고 조금은 차갑고 또 조금은…… 요상한 게…….”
영징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잠시 생각에 빠졌다.
“꼭…….”
영징의 말을 듣고 있던 남자의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조금 드러나 있었다.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교활하고, 조금은 차갑고, 조금은 요상한……. 얼마 지나지 않아 영징이 화들짝 놀란 얼굴을 하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며 알아냈다는 듯 손뼉을 쳤다.
“주군을 닮았습니다!” _55쪽
고남의가 아련한 듯이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는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따로 등불이 없는 탓에 그런 고남의를 비추는 건 하얀 달빛뿐이었다. 눈처럼 하얀 빛 아래에서 그는 얼굴을 가린 망사를 반쯤 걷고 백옥 같은 피부 위에 붉게 자리 잡은 얇고 부드럽고 광택을 머금은 입술을 길고 곧은 손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하얀 손끝에 닿은 붉은 입술이 마치 한겨울 눈밭에 핀 붉은 설연화(雪蓮花) 같았다. 감옥이나 다름없는 작은 방 한 칸이 순식간에 황홀한 꿈속 세계로 변했다. _217쪽
봉지미가 애원했다면 죽였을 것이었다. 봉지미가 울음을 터트렸다면 죽였을 것이었다. 하지만 봉지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분하게 가라앉은 두 눈으로 그를 마주했을 뿐이었다. 문득 이 여인을 우연히 마주친 그날 이후로 그가 보았던 봉지미의 모든 것이 떠올랐다. 그와 같은 사람이었다. 자신만의 성을 지키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영혼이었다. _283쪽
“소신 황제 폐하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의기양양할 필요도 없고 진심이 아닌 사양을 거듭할 필요도 없었다. 사양한다고 해서 사양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황제가 내리는 것은 밥이든 죽이든 응당 감사히 받드는 것이 당연했다. 그를 거절한다는 건 곧 다른 마음을 품은 것처럼 보이는 일이 될 것이었다. 사실 봉지미는 제가 감당하지 못할 일은 없을 거라는 자신이 있기도 했다. 사람은 앉은 지위만큼의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법이고, 오로지 권력을 손에 넣은 자만이 이 세상과 동등하게 맞설 권리를 가지는 법이었다.
봉지미는 지금껏 질리도록 양보했다. 끊임없이 다른 이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며 버텨왔다. 당장 한 걸음 앞이 낭떠러지라 하더라도 한 치 앞을 모르는 흙먼지 속에서 또 다른 이들에게 짓밟히는 것보다는 백번 나은 일이었다. _304쪽
이전까지는 그래도 별거 아니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영혁은 이미 자신의 길에 걸음을 내디뎠고, 피의 전쟁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수천수만의 목숨이 제 손에 달려 있었다. 이제 더는 물러설 수도 마음이 약해질 수도 없었다. 마음이 걸음을 붙잡도록 내버려 두었다간 곧 몰아칠 소용돌이에 맞설 수 없게 될 터였다.
위지. 봉지미.
너와 나는 이제 적이다. _350쪽
안 씨가 증오 가득한 눈으로 봉지미를 쏘아보다 제 얼굴 앞에 놓인 봉지미의 발끝을 콱 깨물었다. 하지만 봉지미의 단단한 신 때문에 물어지지가 않았다. 봉지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안 씨를 내려보며 발끝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안 씨가 크헉, 소리를 내며 나가 떨어졌다. 땅에 부딪히는 충격에 안 씨의 이가 혀를 깨물었고 입에서 피가 철철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봐, 안 씨. 내 말 꼭 기억해. 하늘이 만든 화는 피해도 스스로 자초한 화는 피할 수가 없는 거야. 오늘부터는 처신을 아주 잘해야 할 거야.” _403쪽
영혁의 목소리가 점점 흐려지더니 곧 완전히 끊겼다. 봉지미가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살폈다. 이미 잠들어 있었다. 봉지미가 안도하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빨리 제 옷매무시를 정리하던 봉지미는 침대에 가로로 걸쳐 누운 영혁의 모습을 발견했다. 반쯤 풀린 옷깃 사이로 드러난 눈처럼 하얀 피부 위로 칠흑 같은 검은 머리칼이 내려앉아 있었다. 평소의 우아한 모습보다 조금 더 수려하고 매혹적이었다. 저도 모르게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봉지미는 이내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_455쪽
“그대가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니 아내가 침대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드는데…….”
봉지미가 두 눈을 깜빡였다.
“아직 술이 덜 깨 몽중에 계신가 봅니다.”
영혁이 화내지 않고 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다. 봉지미를 향해 손을 뻗은 그는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봉지미를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봉지미 역시 저항하지 않고 그가 이끄는 대로 두었다. 옅은 술 내음이 그의 화려하고 맑은 살 내음과 뒤엉켜 한꺼번에 몰려왔다.
“어렵사리 잠에 들었는데…….”
영혁이 봉지미의 머리를 천천히 어루만지며 말했다.
“어렵사리 그대와 이렇게 사이가 좋은데…….”
“전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봉지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사이좋은 순간들이 앞으로도 많을 것입니다.” _461쪽
혁련쟁은 다른 이들의 반응에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전히 보물 다루듯 소중한 손길로 봉지미의 옷자락을 잡아 주며 궁 안에서 타고 이동할 가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봉지미 역시 다른 이들이 보인 반응을 똑똑히 보고 들었지만 그저 옅게 한번 웃고 넘겼을 뿐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멍청하고 단순해서 진짜 가치는 알아보지 못하는 족속들이었다. 혁련쟁처럼 껍데기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었다. _5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