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으로부터의 자유, 다시 ‘나’를 찾는 여행
위드(with) 코로나, 비언어적 소통의 결핍과 개인의 정체성 찾기
한눈에 보는 소비 흐름 <패널 빅데이터> 수록!
코로나19가 바꾼 소비 트렌드 집중 진단!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2020 트렌드 모니터》)
코로나19로 인해 선형적(linear)으로 변화하던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모든 계획이 붕괴되고 일상의 불확실성이 최고조가 되었다. 2021년, 코로나19는 우리 삶과 소비 트렌드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2021 트렌드 모니터》가 분석한 2021년 소비 트렌드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타인으로부터의 자유, 다시 ‘나’를 찾는 여행”이다. 이 키워드는 비대면으로 인해 타인에게서 분리된 사람들의 ‘개인의 정체성 찾기’가 2021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임을 의미한다.
코로나19는 비대면 환경을 가져왔다. 학교도, 직장도, 개인적 모임도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지고, 만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반갑지 않은 친구나 꼰대 직장 상사 등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은 만나지 않아도 돼서 좋다. 하지만 나와 취향이 같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의 만남도 제한된다. 불편한 관계에서는 자유를 얻게 됐지만, 원하는 관계에서는 소통 결핍을 느낀다. 특히 비언어적 소통의 결핍이 커진다. 메신저나 이메일 등의 문자 텍스트를 중심으로 소통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놓친다. 눈빛, 손짓, 발짓 등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의 소통 과정에서 70% 가까이를 차지하는데 말이다.
사람은 정체성(Identity)이라는 것을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찾는다. ‘나’라는 개념은 누군가 나를 향해 제공해주는 ‘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인정과 칭찬, 때로는 비판과 조언을 통해 자신이 잘하는 것과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동시에 균형 감각을 찾아왔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일상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타인에게 받는 영향이 적어지고 필연적으로 진정한 소통에 대한 결핍은 쌓여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핍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욕구를 크게 높일 것이다. 《2021 트렌드 모니터》는 이 부분을 2021년의 중요한 트렌드라 예측하여,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앞으로 온라인 중심의 인간관계는 더 강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관계는 ‘온라인 필터’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가능성이 크고, 비판과 조언이라는 균형 감각을 잃어버릴 수 있다. 여기에 ‘취향 존중’ 사회 분위기와 정체성 찾기 과정이 더해지면서 개인의 의사 결정과 표현이 더욱 극단적 차별화를 지향할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타인에게서 고립된 사람들의 자기중심적 사고는 더욱 강화되고 이는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2021 트렌드 모니터》 저자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대중 소비자들의 경험과 욕망이 가까운 미래를 전망하는 가장 중요한 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포스트(post) 코로나’가 아니라 ‘위드(with) 코로나’가 된다면, 대중 소비자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이 태도는 향후를 전망하게 하는 강력한 변수가 된다. 상황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태도를 바꾸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의 생활공간을 4가지 차원으로 정리해 매년 트렌드를 분석한다. 일상생활 공간, 여가·문화생활 공간, 생산활동을 하는 회사/조직 공간, 그리고 한국 사회라는 가장 큰 공간까지. 소비자들이 돈과 시간을 쓰는 소비 활동은 이 4가지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021 트렌드 모니터》는 4가지 공간을 분석해 총 5개 파트로 트렌드를 예측했다. 일상생활에서는 ‘집과 인간관계의 진화’에, 여가·문화생활에서는 ‘맞춤형 개인화’를, 생산활동에서는 ‘재택근무’로 인해 달라지는 일과 조직문화에 대해 집중하여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행동 변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코로나 리더십’과 ‘필터 버블’ 현상으로 일어나는 한국 사회의 여러 변화를 바라본다. 여기에 각 분야의 세부 키워드 총 28개를 제시하여, 한국 소비자들의 삶이 구석구석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모든 것의 플랫폼이 된 ‘집’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나’의 정체성은 어떻게 찾지?
▶ 홈 플랫폼과 재택근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사람들 간의 만남을 줄이고 거리를 두는 것이 권장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고, 자연스럽게 집 안 곳곳을 바꿔볼까 하는 관심도 늘어났다. 그 결과, 실제로 홈 인테리어를 변경한 경험이 증가했다. 또한 사람들은 집에서 계속해서 유튜브 등 뭔가를 보고, 휴가를 보내고, 여가 생활을 했다. 일을 하고, 자기계발을 했다. 현재의 집은 어쩌다 보니 기본적인 휴식만을 담보하는 공간을 넘어, 일과 일상생활, 여가 생활의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플랫폼’이 되어버렸다. 자연스럽게 동네 가까운 곳에서 하는 장보기와 산책이 일상에 중요하게 다가왔다. 동네의 재발견이다. 코로나19 관련한 재난 문자도 지역과 동네를 중심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동네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는 지역의 정치적·정책적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집 인테리어는 모이는 공간보다 ‘개인적 공간’이 더 중요해진다. 언뜻 가족들이 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니 함께 있는 거실 공간을 더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개인 공간은 더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개인 공간이 있어야 심리적으로 최소한의 개인의 자존감과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택근무의 확산은 앞으로의 근로 형태와 조직문화, 리더십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필연적으로 ‘얼굴을 보고’ 소통할 기회는 희소해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상사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뿐 아니라 회사와의 관계도 점점 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재택근무는 출퇴근이 아예 없고, 공간 자체가 분리된, 딸랑 ‘일의 내용’만이 회사와 공유되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근무다. 때문에 재택근무는 일의 관계적 측면보다 일의 내용에 좀 더 신경을 쓰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명 중 8명이 넘는 직장인들이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근무 태도보다는 ‘성과’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압박감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또한 재택근무 경험자들은 이제 회사의 일에서 좀 다른 것을 보게 됐다. 회의 때만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말로만’ 일하는 사람들, ‘일을 하는 척’하는 사람들을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이전보다 더 뾰족하게 더 구분되기 시작했고, 이는 대면 방식으로만, 회의 때만, 근거를 남기지 않고 말로만 일을 하던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전 업무 습관을 바꿔야 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것은 곧, 앞으로 재택근무가 더 활성화된다면 관리의 형태, 즉 리더십의 유형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타인으로부터의 자유, 그러나… 소통 결핍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사회생활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코로나19는 단순히 경제적 침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인간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관계를 ‘코로나19’를 명분 삼아 재정리하고 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의 모임을 가지지 못하게 된 이 상황을 ‘거의’ 불편해하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적어져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사람들과 저녁 식사나 술자리가 줄어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보다, 저녁에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니 개인 시간이 늘어나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2배 이상 많았다. 또한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 명확하고 시간이 절약되어 좋고,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서 편하고 안정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코로나19는 만나고 싶지 않은 ‘기존의 인간관계’를 피하게 해주는 ‘아주 좋은 명분’이 됐다. 이제 자발적 동기에 의하지 않은 인간관계는 지속 가능성 면에서 급격하게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진정한 소통에 대한 결핍은 쌓여갈 수밖에 없다. 문자와 이메일 중심의 소통 과정은 진정성 있는 소통의 결핍을 초래한다. 눈빛, 손짓, 발짓 등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의 소통 과정에서 70% 가까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비대면 소통의 일상화는 소통 과정에서 미스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현저하게 높일 가능성이 있다. 문자를 곡해하거나 오독하고, 맥락을 놓치는 소통이 잦아질 수도 있다. 사람들이 메신저나 이메일 등의 문자 텍스트를 중심으로 소통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놓친다. 강조하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존재다. ‘나’라는 개념은 소통을 통해 누군가 나를 향해 제공해주는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타인의 인정과 칭찬, 때로는 비판과 조언을 통해 자신이 잘하는 것과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동시에 균형 감각을 찾아왔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일상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거나 전환되고 있다.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정체성 찾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타인을 ‘덜 만나는 것’이 권장된다. 코로나19 때문에 타인으로부터는 벗어났지만, 정체성 찾기 욕구는 결핍되기 시작한다. 이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그리고 이 움직임은 트렌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코로나 리더십, 한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라
필터 버블과 과잉 신념, 다시 개인의 정체성
▶ 리더에게 필요한 소통 능력이 달라졌다
리더십의 변화는 비단 기업 내 조직문화에만 이르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부터의 정부 대응과 소통 과정에 사람들은 진정성과 신뢰를 느꼈다. 코로나19의 초기 대응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는 공공 기관에 대한 관심과 평가도 높이고 있다. 공공 기관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은 높아졌고, 불신은 낮아졌으며, 신뢰는 높아지는 경향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불신을 낮춘 핵심은 빠르고 충분한 정보 제공에 있었다. 매일 정기적으로 하는 정부 발표와 함께 재난 문자 서비스도 큰 신뢰감을 주는 모습이다. 물론 수시로 날아오는 재난 문자 서비스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재난 문자에 대해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재난 문자를 상당히 신뢰하고 있었다. 너무 자주 날아오는 문자에 대한 불편함은, 정보 자체가 제공하는 신뢰도에 비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신속하고, 충분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의 제공은 과거에 비해서 국가를 더 안전하게 느끼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공공의 역할에 대해서도 연쇄적 신뢰 반응을 일으킨다. 또한 공적인 시스템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연쇄적 신뢰 반응은 불확실성을 줄였기에 가능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사람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되, 충분히 소통하고, 투명하게 과정을 공개하는 리더십을 기대한다.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카리스마 리더십이나 직급이나 권위를 내세운 리더십이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이제 리더에게 ‘신속하고 충분하고, 투명한 소통’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권위를 얻지는 못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일상적으로 비대면 상황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인 소통은 ‘일대일’의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보는 ‘기존의 권위자 또는 권력자’는 일대일 ‘대화’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제 예배든, 어려운 강의든 ‘나만 모르고 있나?’ 하고 위축될 필요가 없다. 그냥 ‘일대일’에서 질문하면 된다. 반대로 강사는 “이것도 모르니?” 하고 면박을 줄 수 없다. 감정적으로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 소통은 피교육자의 ‘로그아웃’만을 남길 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리더는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사람들의 이해관계, 생각, 이들의 세세한 마음을 잘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한 ‘민감한 더듬이’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소통 능력은 무엇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능력’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필수 역량이다.
▶ 내 생각이 항상 옳다는 자신감, 필터 버블의 역습
가짜 뉴스는 2016년 미국 대선 판도까지 흔들었다. 가짜 뉴스들의 핵심에는 공통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자동 추천 알고리즘’이 있다. 자동화된 SNS의 필터는 당신이 좋아하는 것과 접속한 것, 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알고, 당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일종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렇게 추천받는 것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누군가가 나의 취향에 맞춰 딱 맞는 서비스나 상품을 권해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는 차원을 넘어, 어떤 특정한 사상이나 왜곡된 뉴스를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추천받는다면 이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이렇게 내가 능동적으로 원하지 않아도, ‘과도하게(Bubbling) 걸러진(Filtering)’ 편향된 정보를 받게 하는 알고리즘과 이것이 야기하는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한다.
일단 필터 버블이 작동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지지자만을 끊임없이 양산한다. 나는 분명한 취향과 관심사가 있고, 나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으며(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나 중심의 취향’을 유지하게 해주는 시대정신이 존재하고(그래서 별도로 내 취향을 유지하기 위해 크게 저항을 할 필요도 없다), 물리적 환경도 조성되었다. 코로나19로 ‘혼자 집에 있게 되는 상황’이 더욱 잦아진 것이다. 집에서 혼자 밥 먹고, 영화 보고, 강의 듣고, 유튜브 보며 지내는 시간이 이전에 비해 훨씬 늘어났다. 이제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 중 내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은 ‘언팔’하거나, ‘로그아웃’하거나, ‘전번’을 삭제하면 된다. 피할 수 없는 면 대 면의 만남에서, 나와 다른 의견을 꾹 참고 듣고 있어야 할 상황은 이제 더 이상 내가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는 끝났다.
문제는 내 생각과는 반대되는 의견을 듣지 않는 데서 생긴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의견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줄어들었다. 내 생각에 동의하거나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고 찾을 수 있으며, 심지어 손쉽게 필터로 ‘자동 추천’된다. 비대면 접촉이 늘면서, 타인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검증받고 평가받을 만한 상황이 희소해졌다. 자신이 속해 있는 세상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한, 필터 버블은 자연스럽게 개인의 신념을 강화한다.
언뜻 별문제 없어 보이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인식은 의사 결정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을 낳는다. 그런데 이런 과도한 자신감은 상황 판단을 객관적으로 해야 하는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투자를 할 때 치명적일 수 있다. 또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으면 그들의 사고방식이 돌고 돌면서 서로의 신념과 믿음이 증폭되고 강화된다. 이는 현재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극단주의를 잘 설명한다. 자신의 생각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의 소통은 기존의 신념을 강화할 뿐이다. 필터 버블의 알고리즘을 고려하면, 이것은 단순히 ‘소통의 부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들끼리는 ‘과잉 소통’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결과적으로 ‘폐쇄적인 소통’이다.
필터 버블은 기본적으로 ‘나와 비슷한 성향과 취향’을 추천한다. 하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존재다. 내 의견에 동조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안전하게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 정체성에 대한 자각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타인과 구분되는 나’를 확인할 수 있어야, 사람은 비로소 자신의 존재에 대한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필터 버블 속에서는 ‘개인의 성향’이 더 ‘극단적’인 형태를 띨 가능성 크다. 왜냐하면, 어차피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 속에서 나를 드러내는 방식은 ‘더 세게, 더 과격하게’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비대면 상황과 맞물려 더욱더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인 주장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극단화된 경향은 필터 버블의 영향으로 더욱더 ‘끼리끼리’ 모이게 한다. 배타적 형태의 팬덤이 등장하는 것이다. 어떤 이슈에 대한 최소한의 ‘균형 감각’을 가지고 싶다면 이런 환경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유일하게, ‘나와 반대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또는 능동적으로 찾아보는 것밖에는 없다.
《2021 트렌드 모니터》는 기본적으로 대중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어떻게 경험하고, 살아내고 있는가에 집중해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돈’이라는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 매년 그러했듯이 저자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대중 소비자들의 경험과 욕망이 가까운 미래를 전망하는 가장 중요한 변인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한다.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 소비자들의 삶의 방식과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유에 집중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대중 소비자들의 큰 흐름을 읽기 위해서는 현재 소비자들의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최고 리서치 전문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134만 명 소비자 패널을 통해 소비자들의 심리와 감정을 분석하여, 대중 소비자들의 큰 흐름을 살펴보고 전망한 트렌드를 매년 소개했다. 이번 책에는 특히 <엠브레인 패널 빅데이터>를 수록하여, 소비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더했다. 여기에 <키워드 감성 정보량 추이> 그래프를 통해 소비자들의 감정 변화 흐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과 소비 트렌드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면, 내 주변 사람들, 고객들, 소비자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2021 트렌드 모니터》를 통해 현재 대중의 삶을 이해하고, 정리하며, 이후 소비자들의 행동을 전망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