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WHO는 이 신종 바이러스를 COVID-19로 명명했다. COVID-19 이름을 단 소설이 이탈리아 작가 마누엘라 살비에 의해 발표되었다. 원제는 Covid19: Storie dalla zona rossa(코비드19:레드 존 이야기)이다. 이 소설집의 한 부분(WEEK ONE)이 e북으로 처음 발표되었을 때 이탈리아 작가이자 기자인 안토니아 프란세스코는 작가가 “판타지라는 출구를 사용해 팬데믹 문학 장면을 창조해냈다” (Artspecialday 4월1일)고 평했다. 전염병문학의 대표작으로는 카뮈의 《페스트》와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들 수 있다. 두 작품은 모두 작가가 창조해낸 소설 속 디스토피아이며, 실제 전염병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데보라 홉킨슨의 《살아남은 여름 1854》 같은 작품이 있다. 《데카메론》은 페스트가 창궐한 14세기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살아남은 여름 1854》는 19세기 중반 콜로나가 맹위를 떨치던 런던을 배경으로 한 실화소설이다. 전염병이 문학작품 속에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많지만, 전염병문학이라고 부를 만한 본격소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올 3월-4월 팬데믹 초반에 집필된 Covid19는 상당히 이색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어본 《소설 코비드19》: 전 세계 최초의 인쇄물 단행본
유럽 국가 가운데 첫 번째 코로나 희생국인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초 전 국민 이동제한명령을 내렸다. 저자는 자신의 집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다. 비극적인 소설의 주제로 여겨졌던 것이 갑자기 현실이 되자, 처음 며칠은 깊은 상실감에 빠져 지냈다. 그러던 중 작가적 사명감으로 자신이 겪고 있는 디스토피아 상황을 기록하기로 했다. 격리기간 동안 하루에 소설 한 편씩을 쓰자는 생각으로 발전하였다. 초인적인 노력으로 3월 15일부터 하루에 한 편씩의 소설이 생산되었다. 완성된 소설은 일주일분을 모아 e북으로 서비스되었다. 1회분 Covid-19: Storie dalla zona rossa - WEEK ONE에 이어 WEEK TWO, WEEK THREE, WEEK FOUR가 순차적으로 서비스되었다. 저자는 4월 11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모두 28편의 소설을 썼고, 이로써 Covid-19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인쇄본 책이 아직까지 출간되지 못한 것은 팬데믹으로 이탈리아 출판계가 공황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은 한국어본이 전 세계 최초의 단행본이 되었다.
봉쇄령 속 Red Zone에서는 무슨 일이?
봉쇄령 속의 레드 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 비극적 디스토피아 현실을 작가는 상세한 리얼리즘 기법으로 추적해간다. 고통을 못이겨 병원 창문으로 몸을 던지는 환자, 넘쳐나는 화장장의 시체, 강제 자가격리중인 주민들이 겪는 공황장애, 부모와 자식 그리고 노인과 젊은이 사이의 바이러스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 연금 수령을 위해 바이러스로 숨진 아버지의 시체를 은닉하는 비정한 자식, 팬데믹 병상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첫 키스…. 뿐만이 아니다.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는 국제음모와 가상의 0번 환자, 바이러스 확산범을 단죄하기 위한 제2차 뉘른베르크 재판 같은 추리소설 기법이 등장하는가 하면, 판타지 기법을 사용해 교육, 불임 같은 코로나 이후 인류가 당면하게 된 포스트 바이러스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나하나의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소설 같은 현실을 냉혹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의 한켠에는 촌철살인의 유머와 인류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소설 코비드19》는 팬데믹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헌신, 국제연대에 바치는 문학적 헌정이다. 팬데믹과 싸우며 고난의 강을 건너는 우리 독자들에게도 큰 위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