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에서 시작된 20년의 삶의 굴레
아파트, 원룸, 연립, 옥탑, 셰어하우스, 고시원 등 7년간 33번의 이사
만성통증, 공황발작, 경제적 곤란, 끝없는 불안……
느닷없이 찾아온 고통 속에서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마주한 내가
그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걸었던 길, 읽었던 책, 들었던 음악 그리고 내가 쓴 글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서른아홉 번의 이사를 했다. 이 가운데 지난 7년 동안만 서른세 번의 이사를 해야 했다. 윗집 옆집, 심지어 아랫집의 소음을 피해 아파트, 원룸,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달동네 주택, 옥탑방, 시골집, 셰어 하우스, 고시원, 여관방 등 거의 모든 형태의 공동주택에서 살아보았다. 이 과정에서 계속 이직과 전직을 해야 했다. 대학 졸업 후 정식 직장만 스물세 곳을 다녔고, 공사장 막노동이나 포장마차, 학원 강사, 대필작가 등의 일까지 합치면 총 서른세 곳의 일터에서 일했다.’
이 짧은 한 단락이 지난 20년간 계속됐던 저자의 고단했던 삶을 압축하고 있다. 발단은 어느 날 갑자기 들려온 ‘층간소음’에서 비롯됐다. 몸이 안 좋아 직장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쉬고 있었던 그는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전에는 집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그 소음은 그를 번민으로 내몰았다. 극도로 심신이 취약해져 있던 상태에서 접했던 공동주택의 소음들은 결국 그를 불안 속으로 끌고 갔고, 그 불안과 고통은 흐르는 강물처럼 더 넓고 깊어졌으며, 마침내 만성불안과 만성통증, 경제적 곤란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하류에 그를 데려다놓았다.
이 책은 그런 저자가 적어내려간 지난 20년간의 삶의 기록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 사람의 트라우마에 관한 기록이며 동시에 그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 아니면 적어도 버텨낼 수 있는지에 관한 저자의 소박한 제안이기도 하다. “아직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그는 여기서 벗어나고자 읽고 쓰고 또 읽고 썼다. 그 쉽지 않았던 나날의 기억이 이 책에서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