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병 수필가(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가 2014년 산문집 『너인 듯한 나』 이후 6년 만에 다섯 번째 작품집 『눈부처』를 펴냈다.
‘시사랑’을 창립하여 전국적인 시사랑운동을 주도하였고 대구문인협회장 죽순문학회장 역임, 도서출판 북랜드 대표, 계간 《문장》 발행인, 등 지역문학 발전을 위한 행보로 크게 공헌해온 작가는 문학창작활동에 있어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작품집은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면서 역량 있는 수필가를 발굴, 지도하고 있는 작가의 최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누구를 만나든 ‘너’라는 거울 속에서 ‘나’를 만날 수 있다. 내가 정성을 들이고 마주하는 너와 교감하는 만큼 너는 나에게 진아인 눈부처를 보여줄 것이다.
나 또한 너의 눈부처를 보여주려 눈과 귀를 활짝 연다.
내가 너에게
너가 나에게
눈부처가 되는 그런 ‘만남은 맛남’으로 이어지리라.
-「만남은 맛남」 중에서
“문학도 삶도 덕德을 구하는 일이다.”(「길은 끝나지 않는다」에서)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제목 ‘눈부처’가 상징하는 ‘진정한 만남과 교감’이라는 덕목에 기반을 둔,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맛난’ 수필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하고자 한다.
1부. 코이와 창꼬치, 2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 3부. 길을 끝나지 않는다, 4부. 시간을 가두다 총 4부로 구성된 『눈부처』는 시의적절한 주제, 단정·묵직한 문장, 탄탄한 구성, 지성과 논리가 살아있는 깊이 있는 사유가 잘 어우러져 편편이 수준 높은 문학예술작품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기도란 그대의 인생에게 길을 묻는 것, 끊임없이 질문을 하게나. 난 그대의 인생이 되어 답할 테니.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 준 정성은 갸륵하네만 구태여 그럴 필요는 없었네. 난, 히크 에트 눙크(hic et nunc: here and now)! 그대들이 나를 부른다면 어디서나 언제나 응답하네.”
부처님이 가르쳐준 대로 나는 나의 인생에게 길을 물었고, 부처님은 그때마다 친절히 응답해주셨다. 다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내가 무엇을 내놓을지는 아직 부처님께 답을 못하고 있다.
-「히트 에트 눙크」 중에서
COVID-19!
코로나 입으로나 귀로나 상처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들이 사랑으로 넉넉해지기를 기대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는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펼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우리가 평등과 공정,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우리가 있다.
대한민국 만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 중에서
작가의 글 속에는 일상에서 포착한 글감에 대한 개인적이고 진솔한 감상과 누구나 공감할만한 따뜻한 주관이 있다, 또 사회현상의 이면, 새로운 과학적발견이론, 미래세계의 전망 등 전문적인 주제에도 박식하여 그에 따른 객관적인 설명이나 논리적인 주장, 새롭고 신선한 비전이 담겨 있다.
오늘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이나 글쓰기의 특징이 모두 지식을 초월하며, 어떠한 것과도 연결하려는 공통된 키워드에서 출발한다.
글쓰기에서 사람이 인공지능을 능가할 수 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감정이입일 것이다. 인공지능도 학습을 통해 진화할 수 있다고 하니 이 또한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AI는 파트너인가, 라이벌인가?
-「AI: 파트너인가, 라이벌인가」 중에서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디지털자료들은 전달과 배포의 완벽성에도 불구하고 기술변화에 따라 언젠가 사용이 불가능해지고, 예측불허의 재앙이 닥친다면 거의 복구가 불가능하다. 인류가 수많은 세월 동안 이어온 문명과 정보의 전달이 일시에 단절될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종이책의 발행과 보존은 필수적이다. E-book, 그 파고를 지켜볼 뿐이다.
-「책, 무한변신 앞에서」 중에서
다양한 각도의 사고와 열린 구성방식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작가의 수필집 『눈부처』를 만남으로써 풍부한 감동, 읽는 재미와 함께 현 시대의 패러다임과 앞으로의 삶의 방향까지도 가늠할 수 있는 일거다득一擧多得의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시대를 인도하는 사회적 직분을 수행하는 문학인의 역할과 사명에 충실한 장호병 수필가의 『눈부처』. 수필문학의 교과서라고도 할만한 수필 창작 작업의 모범 교재로, 일반 독자는 물론 전문 수필가들, 수필가 지망생들에게 독서는 필수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