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 번도 안 묻습니까? 내 소문, 선우 씨도 잘 알 텐데.”
“나는 희준 씨를 무시하고 싶지 않아요.”
곧게 쏘아 내는 그녀의 시선이 희준에게 닿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핑계를 댔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갖가지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 거죠.”
그 순간, 가슴에서 묵직한 것이 곤두박질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처음엔 단지 사랑이 그리워서 선우 씨한테 끌린다고 생각했어요.”
“……희준 씨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내 눈이, 내 발이, 어느새 당신한테 가고 있었다고 말하는 겁니다.”
댈 수 있는 모든 핑계를 가져다 붙였음에도,
선우는 그의 안에서 점점 더 크고 무겁게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안선우라는 여자한테 끌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지는 사람은 결국 좋아지고 말죠.
억지로 밀어낸다고 해서 밀어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게.”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는 거라고, 모두들 흔하게 말하니까.
마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듯이.
내가 당신의 ‘어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