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복수를 시작해 볼까?
선생님의 장례식에서 열린 진범 찾기 동창회
나는 16년 만에 열리는 중학교 동창회 참석으로 고민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동창회는 장례식장이 돼버리고, 경찰은 용의자 추정도 못해 사건은 미궁에 빠져 있다. 마요는 상주로, 아버지의 제자이면서 용의선상에 오른 동창들을 한 명씩 만나게 된다. 살해당한 아버지를 제일 먼저 발견한 술집 주인 하라구치, 중학생 시절 그대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고고노에, 인터넷 비즈니스로 한몫 잡은 스기시타, 인기 작가가 되어 고향의 영웅이 된 구기미야까지… 알고 보니 이들은 저마다의 용건으로 아버지를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었다. 알듯말듯한 질문을 던지며 마요의 반응을 살피는 동창들 사이에서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는 지경이다. 시간은 흐르는데 실마리를 찾지 못해 수사는 계속 난항을 거듭한다. 이 와중에 삼촌 다케시는 수사관들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 주위를 경악시키고, 마요는 그런 삼촌과 점차 의기투합해 독자적으로 사건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수수께끼를 해결할수록 나타나는 삼촌의 실체는 무엇일까? 불법 녹음에 가짜 증언까지 대담한 수사가 이어지는데… 과연 이런 방식으로 사건의 진범을 찾을 수 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 스릴러의 정점!
코로나 이후의 현실마저 생생하게 담아낸 새로운 미스터리의 시작
히가시노 게이고는 현실 세계의 면면을 소설에 적나라하리만치 반영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어떤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보다 발 빠르게 코로나 시대의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 작품 곳곳에 소재로 활용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팬데믹 상황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배가시켜 살인 사건 추리의 긴장감을 더욱 죄어온다.
여기에 새로운 방식으로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가면 어떨까? 35년째 미스터리 소설 베스트셀러를 내는 작가의 참신한 시도가 바로 이 책 ‘블랙 쇼맨’ 시리즈의 시작에 담겼다. 블랙 쇼맨은 과학 수사를 뛰어넘는 대범한 증거 수집을 토대로 사건을 추리해 나간다. 그러면서 등장인물 저마다 알리고 싶지 않았던 크고 작은 비밀을 단번에 독자들에게 드러낸다. 마치 한 편의 쇼를 기획하는 마술사처럼 살인 사건의 시작부터 진범을 찾을 때까지 독자의 시선을 마술에 홀린 듯 이리저리 흔들며 결말까지 내달리는 서사에 29장의 묵직한 분량이 금세 사라진다.
또한 이 책은 그간 작가의 팬이었던 국내 유명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눈길을 끈다. 〈타인은 지옥이다〉, 〈관계의 종말〉의 작가 김용키와의 컬래버로 한국 독자들을 위한 웹툰 예고편이 제작돼 온라인으로 배포될 예정이다. 권서영 일러스트 작가와는 작중에 묘사되는 작품을 ‘책 속의 책’으로 기획해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도 큰 관심을 갖고 작품 제작을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한국 출판 시장에서도 ‘미스터리의 왕’이라는 묘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팬들에게 이번 시리즈가 본격 장편 미스터리의 부재에서 느낀 아쉬움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