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1945년 6월 8일 조선입니다.”
독민대 1학년 설이 그 사실을 받아들인 것은 조선에 온 지 하루도 채 안 된 시간이었다.
조선으로 타임리프한 설이 맞닥뜨린 운현궁의 주인, 조선 왕자 이적.
“겁도 없이 운현궁에 발을 들여. 답하라, 누구냐.”
그는 미래에서 왔다는 허무맹랑한 말에도 그녀의 슬픔에 동요한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설의 마음이 마치 제 나라를 잃어버린 자신의 슬픔과 같아 보여서일까...
“왜 하필 작금의 조선에 온 것이냐.”
깊어가는 정은 떠나야하는 이에게도, 남겨질 이에게도 독이 되어만 간다.
“저는 전하의 스쳐가는 꿈일 뿐입니다.”
“나는 네가 좋다. 그저 네가 좋다, 설아. 내 마음만으로는 널 붙잡을 수 없는 것이야?”
조선의 왕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붙잡고 싶었던 여인.
“설아, 내가 널 보낼 자신이 없다.”
격동의 조선 속 이루어질 수 없는, 끝내 외면해야만 하는 운명들.
“네가 왔다는 미래의 조선은 독립하였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