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부터 내 마음 정리까지
유튜브 화제의 채널 ‘1인2묘 가구’ 이야기
‘자기만의 시간’은 ‘자기만의 집’에서 나온다
◎ 도서 소개
임시의 삶은 이제 끝내기로 했다!
1인 가구, 부동산 전쟁의 중심에서 ‘내 집’을 외치다
서울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던데…. 자고 일어나면 내가 화제의 ‘벼락 거지’가 되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평범하게 일하고 차곡차곡 저축해 왔는데, 폭등하는 집값 때문에 하루아침에 전세는커녕 월세 난민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영끌’ ‘몸테크’ 등 부동산 대란 속에서 무주택자들의 애환이 담긴 신조어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바야흐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으거나 극악의 주거 환경을 몸으로 때우며 먼 미래로 삶을 유예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구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도 쉽지 않은 ‘내 집 마련’을 해낸 ‘1인 가구’가 바로 여기 있다.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아가는 ‘1인2묘 가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는 뭐든 혼자서 해내려던 저자가 내 집을 마련하고, 고양이 두 마리, 친구들을 만나며 ‘따로 또 함께’의 삶으로서 비혼 라이프를 갱신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새로운 오늘에 대한 기록이다. 비혼을 결심하고 1인 가구로서 내 집 마련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자신의 집에서 그녀는 과연 행복하게 쭉 잘 살고 있을까? 유튜브 화제의 채널 ‘1인2묘 가구’의 내 집 마련 분투기와 그 후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난다.
◎ 출판사 서평
어디를 둘러봐도 마음이 편안한 내 집이 생겼다
- 내 집 마련이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가 되는 그날을 위하여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집주인 대신 다음 세입자 구하기, 친절한 용달 업체 수소문하기, 밤낮없이 쌍욕을 해대는 옆집 남자에게 사과 한 봉지 들고 부탁하기…. 저자가 14년 동안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며 세입자로서 시달려 보니, 집 없는 자와 집 없는 ‘여자’가 겪는 설움은 달랐다. 내 집 마련은 딴 세상 일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저자가 혼자 사는 여성이야말로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계기다.
집을 사겠다는 결심 이후, 2년간 많게는 파이브잡까지 뛴 끝에 드디어 운명의 집을 만날 수 있었다. 남향, 고층, 20평 이상, 서울과의 근접성까지 이상적 조건을 모두 갖춘 집이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면서 욜로, 소확행, 플렉스에 빠져 살던 저자가 이렇게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실제로 이룰 수 있었던 건 먼저 내 집을 마련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부동산 관련서도, 성공담도 아니다. 다만, 전국의 수많은 1인 가구 중 하나로서, 저자의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동료 1인 가구들에게 발신하는 메시지이다. 모 영어 학원의 광고처럼. “야, 너두 할 수 있어.”
오늘도 최선을 다해 느긋한 하루를 보내자
-‘잘’이 아니라 ‘적당히’!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사는 법
‘내 집 마련에 성공한 1인2묘 가구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동화라면, 흔한 성공담이라면 이쯤에서 이야기는 최종장을 맞이한다. 하지만 ‘1인2묘 가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던 내 집 마련 이후, 드레스룸을 만들고 인테리어 소품들로 로망을 실현하며 집을 채워 가던 저자는 어느 순간 집 안에서 고립되고 만다. 드레스룸은 옷들의 블랙홀로 전락하고, 일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을 반복하면서 옥천 허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문 앞에 택배가 쌓이고…. 저자는 이때의 자신을 아파트 앞 거치대에 방치된 자전거들 같았다고 표현한다.
방황하던 저자는 잠시 일을 그만두고 집 안에 가만히 머물면서 비로소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돌보기 시작한다. 화이트 인테리어를 둘러싸고 고양이와 기 싸움을 하다가 포기하기도 하고, 드레스룸을 정리하고 서재로 바꾸기도 하면서 저자는 깨닫는다. 버지니아 울프가 외쳤던 ‘자기만의 방’은 ‘자기만의 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1인2묘 가구’가 새롭게 정립한 가훈은 다음과 같다. 주 30시간 노동 준수하기, 현대 기술에 적당히 외주를 주고 집안일에서 해방되기, 내가 먹을 요리에는 고기 듬뿍 넣기, 매일 밤 잠들기 전 회사 탈출 궁리하기. 저자가 이 원칙들을 어떻게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지는 책 속 특별 코너에서 구체적인 팁과 함께 확인하시길! (〈미니멀 옷장을 유지하는 방법〉, 〈작은 주방은 언제나 심플하게〉, 〈나만의 소비 원칙들〉 등.)
고독사라는 헤드라인은 거부한다!
- 내 집 있는 여자의 마이웨이 비혼 라이프
비혼이라고 하면 으레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단골 질문들이 있다. ‘눈앞에 진짜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도 결혼 안 할 거야?’ ‘혼자서 살다가 아프면 어떡해?’ ‘모든 걸 다 혼자서 해결하는 거야?’ 등. 이미 비혼의 길을 걸어가고 있거나 고민 중인 여성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뾰족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자신도 아직 고민 중인 문제이므로. 다만, 그 고민과 시행착오의 여정을 독자들과 솔직히 나누려 한다. 진짜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면? 결혼할 수도 있지. 잼 뚜껑이 안 열리면? 같이 열 수 있는 친구들을 찾으면 되지. 아니, 그것보다 노인, 장애인, 아이 모두가 좀 더 쉽게 열 수 있는 잼 뚜껑을 만들면 좋겠네!
‘관은 1인용!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고 생각했던 저자에게 가족에 관한 생각에 대변혁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어머니의 죽음, 페미니스트 모임, 새로 생긴 동네 친구 등이 계기가 되어 집에 4인용 테이블을 들이고 자신만의 느슨한 가족을 찾아 나선다. 제도 밖의 새로운 가족을 꾸려야 하기에 비혼이야말로 가족계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지금껏 찍어 왔던 무수히 많은 점을 선으로 이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렇게 저자는 유튜브 ‘1인2묘 가구’ 채널을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책도 태어나게 되었다. 온전히 독립적이면서도 때로는 함께하는 삶을 위해, 오늘도 ‘1인2묘 가구’는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시간을 가꾸고 키워나가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언젠간 집값이 폭락한다’는 희망 고문은 ‘서울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진짜 고문이 되어 나를 괴롭혔다. 서울 집값은 내일 또 오를 텐데 야속한 이 도시는 나에게 한 뼘의 자리도 내주질 않는구나. 망해라, 서울. 망해라, 지구촌.
- 〈내 집 마련은 딴 세상 이야기라〉(25쪽)
내 집을 마련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당연히 목돈을 빨리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게 중요하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여성이 주변에 있다면 내 집으로 향하는 길이 더 이상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친구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된다. 모 영어 학원 광고 중에 이런 카피가 있다. “야, 너두 할 수 있어.”
- 〈야 너두 할 수 있어〉(40쪽)
나를 고립으로 몰아넣었던 이 집이 비로소 나와 감응하는 공간이 되었다. ‘자기만의 방’을 온전히 갖기 위해선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얻기 위해서 먼 길을 돌아왔다. 다시 길을 잃더라도 이 공간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나의 집, 나의 시간〉(93쪽)
내가 스스로를 비혼이라고 말하고 전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이 싫어서가 아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자꾸 드러내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기 때문이다. 투명인간 취급당하며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거나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비혼이라는 신념을 지킬 수 있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 결혼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에 비혼이라 ‘말하기’를 포기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설령 결혼한다고 해도 이혼으로 인해 언제든지 비혼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지 않은가. 내가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하든 여성으로서의 내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 〈비혼이 뭐냐고 물으신다면〉(118쪽)
내가 집과 직장에서 고립을 겪고 나니, 내 고충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닫게 됐다. 고립은 죽음과 닮았구나. ‘인생은 혼자’라는 쉽고 달콤한 말이 사실은 아주 위험한 독이구나. 하지만 그걸 알아차렸을 때 내 인간관계는 이미 점선에서 점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 〈나 오늘 한 마디도 안 했네?〉(190~191쪽)
혼자 살아오면서 남자의 도움을 떠올렸던 순간이 적잖이 있었다. 정체 모를 남자가 자취방 안을 들여다봤을 때, 관리인이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현관문 손잡이부터 돌릴 때, 야식 배달원이 눈을 굴리며 집 안을 살필 때. 그렇게 우리의 현관에는 ‘남자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이게 된다. 혼자 사는 여자라는 것을 들켜선 안 되니까. 실존하는 나보다 신발 한 켤레가 더 위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쓴웃음이 나온다.
- 〈잼 뚜껑 하나에 남자를 떠올리다니〉(201쪽)
하지만 일을 중심으로 인생이 돌아가면서 동네 친구라는 것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리고 동네 밖 친구를 만나기 위해선 다소 많은 절차가 필요했다. 무슨 요일이 최선일지, 위치는 어디가 합리적일지, 그리고 무엇을 먹어야 후회하지 않을지. 어렵게 시간을 맞춰도 그놈의 일 때문에 약속이 너무 쉽게 깨지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가끔은 힘이 쭉 빠진다. 그런데 이런 절차가 필요 없는 동네 친구가 다시 생긴 것이다. 그것도 30대에.
- 〈동네 친구 디오니소스〉(208~209쪽)
언론이 나의 사망 소식을 다룬다면 ‘평생 비혼 외친 여성의 비참한 고독사, 3개월 뒤 이웃이 발견’이라는 식의 헤드라인이 되겠지. 세상이 나의 죽음을 어떻게 다룰지 눈앞에 선하다. 아, 나름대로 재밌게 살았는데 마지막에 좀 늦게 발견됐다고 내 삶을 한순간에 ‘비참한 고독사’라고 규정해 버리다니. 죽음이 닥치기 전에도 깻잎 반찬이 맛있다며 행복해했을지도 모르는데. 나의 죽음이 늦게 발견된다 해도 고독사라 는 헤드라인은 사양하고 싶다.
- 〈고독사라는 헤드라인은 사양한다〉(2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