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학이 필요한 때이고
문학을 해야 하는 시절이다!
“내가 말하는 문학은 그러나 장르로서의 문학이 아니다.
아무래도 우리 현실에 더 깊은 상상력과 꺼지지 않는 인식,
그리고 꿈에 대한 비원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한동안 휩싸였었다.”
시대의 질문과 시인으로서의 책무
1993년 제철소에서 일하며 쓴 시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해 2020년 백석문학상을 수상한 황규관 시인의 새 산문집 『문학이 필요한 시절』이 출간됐다. ‘노동과 삶’, ‘자연과 문명’에 대해 강인하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해온 시인의 필치가 돋보이는 스물다섯 편의 산문을 선별했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에세이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자신이 살아온 과거와 지금 서 있는 풍경의 차이에 대한 질문과 자기 고백,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돌아가는지, 인간의 정치라는 것이 자연이나 혹은 다른 인간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태학적 시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특히, 근대 자본주의 문명 아래에서의 노동자와 환경문제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 더 나아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며 타개할 수 있는 방도가 무엇일지, 시인으로서의 책무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오랜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우리가 익숙하게,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던 것들의 실체를 비추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상상을 해야만 한다고 간곡히 주장한다.
“언제부터인가 지금 사는 시간에 예전의 시간이 무단히 들어오곤 했는데, 그것은 대체로 추억의 형태가 아니라 그간 변해버린 것들을 비교해보는 식이었다. 그 결과는 물론 어쩔 수 없는 슬픔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슬픔을 회한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도리어 최근 10년간 내가 새로 알게 된 것들이 과연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 가늠해보는 배움으로 삼으려고 했다.” _「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