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영화 보다가 잠들었죠?”
“중반쯤? 그때 보니 자고 있던데.”
“아깝다.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다음 주에 와서 봐.”
“또 오라고요? 아, 그러고 보니 우리, 마저 해야 할 이야기가 있지 않아요?”
“연애하자.”
대뜸 연애하자는 소리에 진짜 그가 한 말이 맞는지 싶어 다시 물었다.
“네?”
“연애하자고. 너하고 나 서로 감정 있잖아.”
“어떤 감정이요?”
“너 전에 나한테 서운해 했던 거 같은데. 그것도 일종의 관심 아닌가?”
“그건 그쪽이, 아니 류 씨가 약속을 안 지켜서잖아요.”
“난 너한테 관심 있어.”
눈을 마주보며 고백 받는 것은 처음이라 얼굴이 달아올랐다. 기뻤지만 내가 처한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럴 여유 없어요.”
말을 마저 하라는 듯 그가 눈짓을 했다.
“동생이 아파요. 병원비 벌어야 하고, 내년에 복학 하려면 돈 모아야 해요. 남들처럼 연애 할 시간이 없어요.”
“너 힘들게 하지 않을게. 오늘처럼 주말에만 봐도 상관없어.”
“주말부부도 아니고, 그게 무슨 연애에요?”
“연애가 별건가. 남녀가 만나서 놀면 연애지.”
“싫어요.”
“왜?”
“보면, 류 씨 부자인 것 같아요. 큰 집에 혼자 살고. 맞죠?”
“그렇다면?”
“솔직히 부담 되서 싫어요. 저희 집과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우리가 드라마를 찍나? 집안이 무슨 상관이야.”
“마지막 말, 무슨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같네요.”
“쿡쿡. 뭐, 이번에 드라마 찍어보지. 주연에 서류, 민사라.”
“장난 아니에요. 어쨌든 전 싫어요.”
“그럼 앞으로 볼 일은 없겠군.”
무심하게 내뱉는 그의 말에 또 서운해졌다.
“후우. 연애해보자.”
“잘 모르겠어요.”
“집안이 문제야?”
“이것저것이요.”
“말하기 곤란하면 안 해도 돼. 정말 나랑 연애 할 생각 없나?”
“정말 저한테 관심 있어요?”
“응.”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