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역사 로맨스
때는 1391년, 격변이 몰아치는 시간. 고려는 이제 멸망을 향해 점점 더 가속해 달려가고 새로운 왕조가 들어설 움직임이 여기저기에서 노골적으로 꿈틀거리던 시절, 시후의 부모님과 사랑스런 여동생은 새로운 개혁을 앞세운 이들로 인해 한 줌의 재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7년 후 드디어 시후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부모님과 여동생에 대한 복수를 실행하기 위해 정안대군의 수하로 들어가게 되고, 정안대군은 그를 자신의 측근인 정 승지의 종살이로 보낸다. 그곳은 바로 낮에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의 심장을 설레이게 만든 다희의 집이었는데…….
“윽!”
“미쳤구나! 너 단단히 미쳤어. 지금 너와 내가 어떤 사이인지 잊었니? 날 모욕할 거라면 차라리 깨끗이 죽여 줘. 아직 그 칼에 묻은 아버지의 피로 모자라다면 내 피도 더해 줄까?”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원수를 갚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까지 일러 주시니 황감하네요.”
“넌 정말 미쳤어. 넌 시후가 아니야.”
다희는 두려움으로 온몸이 덜덜 떨렸다. 언제나 자신을 생각해 주고 아껴 주던 시후는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난 이시후 맞습니다. 그동안 아가씨가 완벽히 속은 게지요.”
“기쁘겠구나. 너무너무 즐겁겠어. 어때, 날 바보로 만든 소감이?”
“기뻐야 하는데, 기쁘지 않아. 전혀, 전혀 즐겁지도 않다구요. 날 그렇게 바라보는 아가씨의 눈?보고 있자니 내가 정말 나쁜 놈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말이오. 말해 보오. 내가, 내가 그리 나쁜 놈이오? 정말 예전에 아가씨가 사랑했던 그 이시후가 아니란 말이오?”
광기로 물든 시후의 두 눈에 피눈물이 고였다.
“그래, 넌 나의 시후가 아니야. 이제 너와 난 그저 원수일 뿐이다.”
다희의 말에 시후가 히죽 웃었다.
“하지만 어쩌지? 아가씬 여전히 내 아가씨인걸. 아니,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가씬 나만의 것이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