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의 색감에 B급 감성을 듬뿍 버무린 클래식 좀비 스토리. 1937년 펄프 잡지 《테러 테일즈 Terror Tales》에 발표된 중편 분량에 가까운 단편으로 다소 정적인 고전 좀비 소설에서 보기 힘든 활력을 특징으로 한다. 린다는 행복한 결혼을 꿈꾸며 약혼자를 만나러 오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상천외한 결혼식이다. 린다가 허름한 호텔에 묵으면서 꼬이기 시작한 상황은 예상치 못한 공포로 빠르게 전환된다. 작품 곳곳에 러브크래프트의 자취가 배어 있다. 린다 로레이가 들어선 어딘지 음침하고 허름한 호텔에는 「인스머스의 그림자」가 감돌고 무덤을 열고 나온 시체들의 진격은 「허버트-웨스트 리애니메이터」의 패러디와 오마주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작가 저갯은 펄프 잡지 전성기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가져가면서 B급 감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MSG처럼 첨가한 B급 감성으로 충만한 이 작품은 범상치 않은 제목만큼은 음란하지 않지만 작가의 이름(저갯Zagat은 작가와는 무관하지만 꽤 유서 깊은 맛집 안내서의 이름이기도 하다)처럼 독특한 풍미를 지닌 글맛으로 안내한다. 러브크래프트의 좀비를 역시 차고 넘치는 B급 감성으로 재탄생시킨 (컬트 호러의 거장으로 올해 타계한) 스튜어트 고든의 영화 「좀비오」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물론 영화만큼 성공적인지는 오롯이 독자의 판단에 달렸지만... 이 작품을 선택할 것인지(유독 제목에 시선을 고정하고서)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하겠다. 제목에 혹해서 선택한다면 조금 실망할 것이고 극한의 공포감을 원한다면 당혹감을 먼저 느낄 것이다. 본문 중에서 금방이라도 린다의 입 밖으로 비명이 터질 듯 했지만 팽창한 목구멍이 호흡을 막아버리는 바람에 씨근거리는 소리 정도만 간신히 새어나왔다. 그 앙상한 모습에서 너덜너덜한 옷자락이 나부꼈고 그 옷자락 사이로 해골의 갈비뼈에 불과한 희끄무레한 것이 스쳐갔다. 머리는 비틀린 어깨위로 비스듬하게 떨어져 있어서 기괴했다. 그리고 얼굴은... 얼굴이 없었다!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 톱니모양의 희뜩한 틈이 나 있었고 눈이 있어야할 자리엔 커다란 지옥 구덩이 두 개가 열려 있었다. 섬뜩한 몰골은 흙투성이었고 허옇게 꺼진 한쪽 뺨에 뭔가가 썩어문드러진 귀처럼 펄럭거렸다. 주위에 린다 외에 숨탄것들이 더 있었다. 뭔지 모를 소음들이 린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한숨 굼뜬 움직임 두 개의 물체가 서로 비비는 소리. 그리고 이런 소리의 공허한 울림 같은 것은 이 장소가 상당히 넓고 출입구는 닫혀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린다의 신경을 잡아끄는 것은 그녀의 운명을 예언하는 듯한 흐느낌 그러니까 반인반수의 울음소리였다. 휘둥그레져서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 앞에 초록색의 유령 불빛이 뛰 놀았다. 린다가 바라보고 있던 한쪽 벽에 사람의 넓적다리뼈로 만든 삼각대가 있었다. 그 위에 관상톱(두개골 절개용 톱)으로 깎고 구멍을 낸 수술 자국이 있는 두개골이 놓여 있었는데 불빛은 거기서 빠져나와 너울거리고 있었다. 두개골의 눈구멍에 초록색 불빛이 가득했다. 불빛은 까끌까끌한 삼각형 모양의 콧구멍을 지나 히죽 웃고 있는 입 밖으로 번뜩였다. 이 섬뜩한 빛은 이 넓은 공간의 눅눅하고 거무스름한 돌바닥을 가로질렀다. 불빛은 엇지붕처럼 위로 굽어있는 거대한 아치 기둥에 드리워졌고 여기서 다시 톱니모양의 종유석을 따라 돌고드름이 반짝이듯이 떨어졌다. 줄느런한 기둥 사이의 어둠을 누비고 간 불빛은 녹슨 쇠창살까지 닿음으로써 린다가 처음에 움직인다고 생각한 흐느낀다고 생각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