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선거, 제21대 총선
미래통합당 공천 책임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공천 징비록!
2020년 4월 15일은 제21대 총선이 치러진 날이다. 결과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포함해 미래통합당이 103석,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으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대참패.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21년 3월, 역사적으로 그 어디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전무후무한 공천 징비록, '공천고백기: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이 21세기북스에서 출간되었다.
2020년 1월 17일 공관위원장에 취임한 후 3월 13일 사퇴하기까지의 56일간의 기록이자 총선 참패에 대한 참회와 반성, 21대 총선의 성격과 패인 분석, 현 공천제도의 문제점과 실효성 있는 개혁안까지 두루 담은 책이다.
은퇴한 정치인이자 '술탄과 황제' 등을 집필, 베스트셀러로 등단한 작가이기도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쇠퇴하는 보수의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사수에의 의지, 고민과 번뇌, 한국 정치 발전에 대한 진정 어린 소망까지 책 갈피갈피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조사, 정리한 수많은 통계와 자료, 도표, 현역의원들의 불출마 선언문과 주요 이슈에 대한 신문기사 등을 「부록」 편에 따로 실음으로써 이 책에 확장성과 정확성을 더했다.
왜 바꾸려 했는가, 왜 실패했는가, 앞으로 보수는 희망이 없는가
이 책의 내용은 ‘공천고백기’라는 제목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공천 과정과 그 뒷이야기, 공천 과정에서의 아쉬웠던 점, 공천제도의 개혁안 제시 못지않게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한 21대 총선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사유, 견해를 담고 있다.
1장에서는 혁신공천의 원칙과 오해들에 대한 해명, 아쉬웠던 점 등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뿐만 아니라 역대 어느 선거보다 이상하고, 조용하고, 비정상적이었던 21대 총선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역시 빛을 발한다. 여당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인 결정을 계속 내린 선관위의 행태를 지적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를 이용, ‘조용한 선거’ 작전으로 야당의 무기인 입과 이슈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여당의 ‘은밀한’ 전략까지도 파헤친다. 공천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으로 저자는 당과의 소통과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점을 꼽는다. 공관위가 공천에 관한 전권을 행사할수록 오히려 당(최고위)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로지 공천 업무에만 매진했다. 이로 인해 신뢰의 벽이 서서히 무너지게 되었고 그것이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최고위는 공천 막판에 6명의 공천자를 무효화시켰다.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파동과 함께 유권자를 돌아서게 만든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임은 자명하다.
2장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 전국의 권역별 특징과 유권자 성향 분석, 주요 지역구의 공천자 면면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지난 16대(2000년)부터 20대(2016년)까지의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5개 권역으로 분류한 뒤 선거구의 특성과 당락의 확률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방대한 자료를 통계로 처리해서 변화의 흐름을 짚어낼 뿐 아니라 선거구의 특성에 따라 공천의 기준이나 잣대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도 제시한다.
제3장에서는 공천책임자로서 느낀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격조 있게 토로하면서 공천제도의 본질적 개혁을 구체적으로 제기한다. 이 장에서 언급되는 모든 내용은 앞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최초로 공개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석방을 공식 제기한 사연, 정당사상 최초라 할 가장 혁신적인 경선제도 개혁을 하고도 실패한 이유 등이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악법으로 야당을 무력화시키고 국회를 장악하여 입법독재시대를 만든 내막과 향후 예상 정국, 재난지원금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본 여당이 서울&부산 시장 보선에서 이를 계속 써먹을 것이라는 예측과 확고한 대응 자세를 촉구한다. 결국 내용보다는 형식, 본질보다는 심리에 말려든 야당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자신감을 회복할 것과 아울러 공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이기는 공천'이 되기 위해서는 '시스템'으로 하는 공천을 해야 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최초로 제시한다.
4장에서는 좀 더 내밀하고 솔직하게 공천 실패와 총선 패배의 원인, 앞으로 한국 정치와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밝힌다. 특히 공천과 선거의 함수관계를 과거의 비슷한 선거와 여론 조사를 통해 비교 분석하는 한편, 보수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비호감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평생을 정치와 함께 살아온 저자는 보수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역사적 인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솔직히 그리고 담대히 제시한다.
<출판사 서평>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선거, 제21대 총선
미래통합당 공천 책임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공천 징비록!
실패의 기록은 다음 세대를 위한 패배자의 쓰라린 책무
2020년 4월 15일은 제21대 총선이 치러진 날이다. 결과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포함해 미래통합당이 103석,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으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대참패.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21년 3월, 역사적으로 그 어디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전무후무한 공천 징비록, '공천고백기: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이 21세기북스에서 출간되었다. 2020년 1월 17일 공관위원장에 취임한 후 3월 13일 사퇴하기까지의 56일간의 기록이자 총선 참패에 대한 참회와 반성, 21대 총선의 성격과 패인 분석, 현 공천제도의 문제점과 실효성 있는 개혁안까지 두루 담은 책이다. 은퇴한 정치인이자 '술탄과 황제' 등을 집필, 베스트셀러로 등단한 작가이기도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쇠퇴하는 보수의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사수에의 의지, 고민과 번뇌, 한국 정치 발전에 대한 진정 어린 소망까지 책 갈피갈피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조사, 정리한 수많은 통계와 자료, 도표, 현역의원들의 불출마 선언문과 주요 이슈에 대한 신문기사 등을 「부록」 편에 따로 실음으로써 이 책에 확장성과 정확성을 더했다.
스스로 택한 ‘죽음의 길’
미래통합당 공천 책임자로서의 56일간의 기록, 그 이후의 시간들
2020년 1월 어느 날, 베트남으로 피한을 간 저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황교안 대표의 전화였고,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대답은 “노”. 이후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결국 저자는 당파와 계보를 초월한 독립적인 공관위를 꾸린다는 조건으로 승낙한다.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서였고 당을 살리기 위한 일념에서였다. 56일간 몸이 망가지도록 전력 질주했다. 주말에도 쉴 틈 없이 영입 대상을 만나거나 일에 매진했다. 그 어떤 사감도 개입시키지 않았고, 당파도 고려하지 않았다.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졌다. 당에서 요구한 현역 교체율도 목표치를 달성했다. 퓨처메이커라는 제도를 도입, 지속적인 미래 인재 키우기에 대한 토대도 마련했다. 그런데 선거에서 참패했다. 보수 정당 사상 최대 참패라는 명예롭지 못한 기록을 세웠다. 온갖 비난이 공관위로 쏟아졌다. 총선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을 공천 실패에서 찾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어떤 계파도 배려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모든 계파로부터 공격받았다. 패한 장수는 병법을 논하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패의 기록을 남기는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당에서 '총선백서'를 만든다기에 그럼 우리가 수고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두 달간 여러 사람이 참여해 만든 '총선백서'는 나름대로 의미와 한계를 다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백서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공천고백기’를 만들기로 했다. 책임 회피나 전가하겠다는 의도는 손톱만큼도 없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보수가 사는 길이 뭔가를 이번 총선 참패를 통해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요, 의미다.” (248쪽)
왜 바꾸려 했는가? 왜 실패했는가?
앞으로 보수는 희망이 없는가
이 책의 내용은 ‘공천고백기’라는 제목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공천 과정과 그 뒷이야기, 공천 과정에서의 아쉬웠던 점, 공천제도의 개혁안 제시 못지않게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한 21대 총선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사유, 견해를 담고 있다.
1장에서는 혁신공천의 원칙과 오해들에 대한 해명, 아쉬웠던 점 등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뿐만 아니라 역대 어느 선거보다 이상하고, 조용하고, 비정상적이었던 21대 총선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역시 빛을 발한다. 여당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인 결정을 계속 내린 선관위의 행태를 지적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를 이용, ‘조용한 선거’ 작전으로 야당의 무기인 입과 이슈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여당의 은밀한 전략까지도 파헤친다. 공천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으로 저자는 당과의 소통과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점을 꼽는다. 공관위가 공천에 관한 전권을 행사할수록 오히려 당(최고위)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로지 공천 업무에만 매진했다. 이로 인해 신뢰의 벽이 서서히 무너지게 되었고 그것이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최고위는 공천 막판에 6명의 공천자를 무효화시켰다.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파동과 함께 유권자를 돌아서게 만든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임은 자명하다. 당뿐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도 문제였다. 언론과 홍보 전략이 미흡했다. 공천의 특징과 취지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공천자에 대한 배경 브리핑 역시 소홀했다. 공관위에 전략기획단과 홍보팀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공관위-후보-선대위, 3자 간 공조체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역시 아쉬움 중 하나다.
2장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 전국의 권역별 특징과 유권자 성향 분석, 주요 지역구의 공천자 면면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지난 16대(2000년)부터 20대(2016년)까지의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5개 권역으로 분류한 뒤 선거구의 특성과 당락의 확률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방대한 자료를 통계로 처리해서 변화의 흐름을 짚어낼 뿐 아니라 선거구의 특성에 따라 공천의 기준이나 잣대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도 제시한다.
제3장에서는 공천책임자로서 느낀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격조 있게 토로하면서 공천제도의 본질적 개혁을 구체적으로 제기한다. 이 장에서 언급되는 모든 내용은 앞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최초로 공개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석방을 공식 제기한 사연, 정당사상 최초라 할 가장 혁신적인 경선제도 개혁을 하고도 실패한 이유 등이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악법으로 야당을 무력화시키고 국회를 장악하여 입법독재시대를 만든 내막과 향후 예상 정국, 재난지원금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본 여당이 서울?부산 시장 보선에서 이를 계속 써먹을 것이라는 예측과 확고한 대응 자세를 촉구한다. 결국 내용보다는 형식, 본질보다는 심리에 말려든 야당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자신감을 회복할 것과 아울러 공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이기는 공천'이 되기 위해서는 '시스템'으로 하는 공천을 해야 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최초로 제시한다.
4장에서는 좀 더 내밀하고 솔직하게 공천 실패와 총선 패배의 원인, 앞으로 한국 정치와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밝힌다. 특히 공천과 선거의 함수관계를 과거의 비슷한 사례에서 찾아 비교 분석하는 한편, 보수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과 역사적 인식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를 솔직 담대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켜져야 할 보수의 핵심 가치
꼰대 말고, 공정과 정의!
저자는 자유민주주의와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책 전반에 걸쳐 누누이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와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란 법과 질서를 통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실천해야 하는가. 저자는 지지율 회복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보수의 비호감도를 줄이려는 노력이라고 결론 짓는다. 즉 ‘보수=꼰대’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내 가정과 이웃, 우리 공동체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람이 될 것을 먼저 주문한다. 또한 우리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 즉 출산, 보육, 교육, 결혼, 취업 등을 절박한 심정으로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것이 보수의 장점이며 또한 소명이다.” “한 손엔 변화의 고삐를, 또 다른 손엔 보수의 가치를 높이 들고 실천할 때”(243쪽) 비로소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이룩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 속으로>
황교안 대표의 위촉을 받고 공관위원장에 1월 17일 취임해서 3월 13일 사퇴하기까지 56일간과 총선 직후 한동안은 나의 70여 인생을 통틀어 가장 분주하고, 고통스럽고, 압박이 강했던 시기였다. 현역의원 물갈이에 희생하신 분들께 한없이 죄송하고, 유능한 후보들이 아깝게 낙마한 것에 대해서도 절절히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불찰과 실책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을 진정시키기 쉽지 않다. 결코 변명이나 회피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루의 예외도 없이 혁신공천을 위해 공관위원 전체가 전력 질주해왔다는 사실이다. 혁신공천을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첫째, 과감한 물갈이를 통한 인적 쇄신, 둘째, 계파별 나눠먹기 없는 구태 청산, 셋째, 청년 여성과 신인을 위한 문호 개방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총선 직후 공천책임론이 거세게 일었지만 몇 달이 지나니 좀 수그러들었다. 공천에 대해 무한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공천 과정보다 공천 관리가 문제였다. 남 탓을 하자는 게 아니다. 공관위는 공천자를 발표만 하고는 끝이었다. 이른바 공천자 ‘띄우기’를 전혀 못 했다. 공관위가 못 하면 당(또는 선대위)에서 해야 했다. 그런 차원에서 공관위와 당(선대위)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_27~28쪽
공관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내 집을 찾아오겠다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졌다. 공천 때만 되면 유력자의 집을 찾는 후보군들이 줄을 잇는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이 드러났다. 단연코 거절했지만 몇몇은 끈질겼다. 일절 만나지도 않고 문도 안 열어줬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점점 더 늘어날 추세였다.
며칠 후 아예 공개적으로 작심 발언을 했다. “이 시간 이후 내 집을 찾는 사람의 명단을 공개하겠다. 공천에도 분명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말에 무게가 있었는지 먹혀들었다. 아파트 앞이 다시 평정을 찾았다.
_46쪽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당과의 소통과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공관위가 공천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전권을 가질수록 당(최고위)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가졌어야 했다. 공관위가 역할을 잘할수록 당이 잘되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칭송받을 것 아닌가. 계파를 초월한 공관위가 사실상 처음인데 당 지도부의 지지가 시간이 흐를수록 흐려져 갔다. 내가 정치적 후각이 무뎠기 때문이다.
_58쪽
격론은 있었지만 얼굴을 붉히거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예년 같으면 문밖으로 새어나오는 고성 덕분에 특종을 낚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어서 실망(?)이라는 기자의 농弄을 들을 정도였다. 역대 어떤 공관위보다 격무에 시달렸지만 다들 버텨낼 수 있었던 것도, 민감하고 미묘한 수많은 사안들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은 것도 이런 상호 신뢰에 기반한 책임감 때문이리라. 엄격한 보안 유지가 그 바탕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신뢰가 본질이고 보안은 현상일 뿐인데 본말이 뒤집혀야 기사가 되는 모양이다. ‘언론을 실망시킨’ 위원들 덕분에 가십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_64쪽
공관위가 선거시장에서 팔 만한 상품을 만드는 일이라면 선대위는 만들어놓은 상품을 잘 파는 일이다. 따라서 공관위와 선대위는 역할은 다르지만 상품의 완판이라는 최종 목표는 동일하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상품을 만든 공관위와 상품을 파는 선대위 간에 인수인계가 원만치 않았다. 그동안 역대 선거에서는 이런 문제가 별로 불거져 나온 적이 없었다. 공관위와 선대위가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한 몸처럼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관위와 선대위가 당내 인사가 아닌 사실상 외부 인사로 구성되었고 이를 치고 나가지도 못했다. 황 대표는 종로에 발이 묶여 있었고 공을 들였던 김종인 위원장은 참여를 거절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될 즈음, 뒤늦게 합류했지만 마케팅 파워를 발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코로나 팬데믹 태풍을 막기에는 공당의 선대위 전열이 급조된 모양새였다.
_68~69쪽
언론의 관심은 당연히 황 대표 종로 출마 문제였다. 비공개를 전제로 위원들 간에 자유토론도 해봤다. 진행 방식에 불만이 있었던지 이 부위원장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빗대어 황교안 일병 구하기 회의라고 평가했다. 이 문제가 결론 나지 않고 다른 일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박완수 총장 의견을 들어 며칠 공관위를 쉬기로 했다. 대표에게는 공관위의 압박으로 비쳤을 것이다.
_85쪽
서울의 간판스타는 단연 나경원과 오세훈이었다. 이들의 선전善戰에 따라 주위의 선거구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다. 첫 발표는 그런 주문의 의미가 담긴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패배했다. 서울 전체 의석수도 문제였지만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은 이것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더 큰 충격이었다. 상대는 정치 신인이 아니라 정권이었다. 정권의 집중포화와 무기력한 중앙당의 대응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렸다. 이런 스타들이 쓰러지는데 다른 후보들이 살아남는다는 건 기적을 바라는 일이다.
_91~92쪽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일요일 아침 경남 밀양으로 향했다. 아직 2월 초순이지만 훈풍이 콧잔등에 상그럽다. 저 멀리 고향 하늘을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도착 한 시간 전쯤에 홍 대표에게 전화해서 지금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했다. 자기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한다. 제법 많은 지지자와 당원들이 모여 있었고 기자도 와 있는 듯했다. 한 50여 분간 여러 얘기를 나눴다. “고향을 지키겠다”는 그와 “고향은 안 되니, 서울 지역구 두 개쯤 제시하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당연히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나는 “고향은 절대 안 된다. 그러면 배제할 수밖에 없다”며 대화를 마쳤다. 지지자들에게도 같은 취지로 간단히 말하고 사무소를 나섰다. 웃음소리가 문밖으로 들려 합의가 되는 줄 알았다는 기자의 후문도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메시지가 왔다. “목을 베기 위한 수순일지 몰라도 (찾아와줘) 기분은 좋았다”고 했다. 홍준표다운 인사였다.
_15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