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5월 20일, 조지아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부터 2014년까지 줄곧 모스크바에서 살았으며, 현재는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거주 중이다. 본명은 ‘그리고리 샬로비치 치하르티시빌리’로, 아쿠닌이란 필명은 일본어로 ‘악인 (惡人)’을 의미한다. 아쿠닌은 필명에 대해 그의 작품 《다이아몬드 마차》를 통해 ‘스스로 규칙을 창조하는 자’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일본학을 전공하고, <외국문학> 지에서 부편집장으로 일했다. 20권짜리 일본 문학 선집의 책임 편집을 맡은 바 있으며, ‘푸시킨 도서관’ 이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작가와 자살》을 쓴 문학평론가이기도 하다. 본명으로 일본 문학과 동양 문화에 대한 에세이와 잡지 기사 등을 쓰고, ‘아나톨리 브루스니킨’과 ‘안나 보리소바’라는 필명으로 일반 소설도 발표하고 있다.
아쿠닌의 대표작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의 첫 책 《아자젤》은 1998년 출간하자마자 러시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출간 일주일 만에 20만 부가 판매되었고, 《터키 갬빗》과 함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아쿠닌은 20여 년간 16편의 판도린 시리즈를 포함해 60여 권의 소설과 비평서를 발표했다.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는 러시아에서만 3천만 부 이상 팔렸으며, 이후 모든 시리즈가 초판만 50만 부를 찍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현대 러시아 작가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아쿠닌은 러시아에서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로도 분류되는데, 2014년 크림 합병을 포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국내외 정책에 공공연히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푸틴 대통령 은 아쿠닌의 비판적 태도에 대해 조지아 태생이라는 그의 출생을 지적했지만, 정작 아쿠닌은 “나는 태어나면서 줄곧 러시아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러시아 사람이라는 자각 외에 가져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