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과거 혹은 미래로 갈 수 있다면? 타임머신(The Time Machine)(1895) :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과 웹툰 작가에게 영감을 던진 단 하나의 ‘질문’이 있다면 아마도 ‘만약에 과거 혹은 미래로 갈 수 있다면?’이 아닐까요? 과거의 선택지를 바꾼다면, 현재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 What if에 대한 궁금증은 세계 각지의 창작자와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이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웹소설에서 인기를 끄는 회빙환 ? 회귀, 빙의, 환생이란 장르는 결국 미래의 지식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감으로써 손쉽게 부와 명예를 얻는 주인공을 갈망하는 독자들의 욕망이 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웰스의 타임머신(The Time Machine)(1895)은 ‘시간 여행의 시조새’이라 할 수 있는 고전 작품으로 무려 1895년 출간되었습니다. 시간 기계, 일명 타임머신(Time Machine)이란 용어 자체가 바로 웰스가 고안한 것입니다.
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품에서 타임머신의 원리 따위는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도착한 ‘80만 2701년(802,701 AD) 후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 작가의 진정한 의도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웰스가 상상한 타임머신의 작동 원리나 제조법 등이 궁금한 독자라면 실망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상의 엘로이 족(Eloi)과 지하의 몰록 족(Morlock)으로 나뉜 미래의 세계는 당시 영국의 고상하게 차를 마시며, 노동자를 착취하는 상류층과 땀 흘려 일하지만 수익의 대부분을 뺏기는 하류층을 은유함으로써, 계급 사회와 자본주의를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실제로 웰스는 유년 시절, 상점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가게와 가정부로 근무한 어머니와 함께 볕이 들지 않는 지하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습니다. 또한 웰스는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에 사회주의(Socialism)에 깊이 빠져들었고, 이 때문에 러시아를 3번이나 방문하였습니다.(1914, 1920, 1934)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Maxim Gorky)(1868~1936)와 친분을 쌓았을 뿐 더러 고리키의 주선으로 ‘소련의 건국자’ 블라디미르 레닌(Влади?мир Ильи?ч Ле?нин)(1870~1924)과 독대한 경험도 있습니다. 웰스의 대표작이니만큼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영화, 드라마, 라디오와 만화로 재창작되었습니다. 2002년판 영화는 웰스의 증손자 사이먼 웰스(Simon Wells)가 감독을 맡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증조할아버지의 소설을 손자가 영화로 만들다니!! 영화에 등장한 타임머신의 디자인이 특히 멋진데, 사운드 트랙 또한 아름답습니다.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영어고전(English Classics)과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문학여행을! B
“We all have our time machines, don't we. Those that take us back are memories... And those that carry us forward, are dreams.” "우리 모두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죠, 그렇죠? 우리를 데려가는 건 추억이에요. 그리고 우리를 발전시키는 것은 꿈입니다.”
모로 박사의 섬(The Island of Doctor Moreau)(1896) : ‘살아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을 주제로 삼은 SF 소설입니다. 웰스의 전공이 동물학(Bachelor of Science degree in zoology)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공을 제대로 살린 그의 대표작은 타임머신(The Time Machine)(1895),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 A Grotesque Romance)(1897), 우주 전쟁(The War of the Worlds)(1898)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모로 박사의 섬(The Island of Doctor Moreau)(1896)일 것입니다. 유전자를 조작해 동식물의 품종을 개량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못해, 유전자조작식품(GMO)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이 큰 현대에서는 이를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웹툰 등이 적지 않습니다만, 웰스가 ‘동물 실험’을 소재로 한 작품을 발표할 당시의 독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이 소설의 인기와 함께 영국에서는 영국 생체 해부 금지 협회(British Union for the Abolition of Vivisection, BUAV)(1898)가 설립되었을 정도로 과학계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국 생체 해부 금지 협회는 2012년 화장품 테스트를 위한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국제 조직 - 크루얼티 프리 인터내셔널(Cruelty Free International)로 발전하였고, 동물 실험 반대를 위한 대중 홍보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타임머신(The Time Machine)(1895)이나 우주 전쟁(The War of the Worlds)(1898)에 비하면 다소 덜 알려져 있는 작품이지만, 1913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수차례 영화화된 바 있습니다.
“Once you lose yourself, you have two choices: find the person you used to be, or lose that person completely.” "일단 자신을 잃으면,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즉, 예전 모습을 찾거나 완전히 그 사람을 잃는 것입니다.”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 A Grotesque Romance)(1897) :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를 보여주기에 이처럼 좋은 소재는 없을 것입니다. ‘투명’이란 개념은 웰스 이전에도 악마의 능력, 마법 반지, 투명한 악령 등으로 다루어져 왔으며, 우리나라 전통설화에도 ‘도깨비감투’를 쓰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웰스는 ‘세계 3대 단편 작가’ 기 드 모파상의 오를라(Le Horla)(1887)를 읽고,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수수께끼의 존재에 시달리는 공포 묘사에 치중한 오를라와 달리 ‘투명’이란 소재를 과학 기술과 접목해 SF 소설로 승화시킨 것은 웰스의 공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를라는 국내에도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규제와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인간은 대체로 투명이란 권능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악용하고, 그렇기에 결국 주변의 징벌에 의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됩니다. 이는 투명인간을 소재로 한 후대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비슷하게 변주되는 플롯입니다. 2020년 개봉한 인비저블맨(The Invisible Man)은 웰스의 소설에서 ‘절도와 살인으로 몰락하는 미친 과학자’를 ‘남녀 관계’로 전환하였습니다. 투명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최신 작품으로 어떻게 투명해지는가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습니다만, 그만큼 심리 묘사에 치중한 쫀쫀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Looking at these stars suddenly dwarfed my own troubles and all the gravities of terrestrial life.” "이 별들을 보면서 갑자기 저 자신의 고민과 지구 생명의 모든 중력이 작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