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좋아하는 번역 일을 하면서
평온한 삶을 꾸리는 게 목표인 수인.
어느 날, 모노톤이던 그녀의 일상에 소낙비 같은 불청객이 찾아든다.
“나는 강수인 씨랑 알고 지내고 싶은데.”
10년 만에 마주친, 작은 해프닝 외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던 동아리 선배, 진석원.
“왜요?”
“호감 있으니까 데이트하자는 소리야.”
“남자 친구 만들 생각 없어요.”
거절했지만, 석원은 꽃잎을 툭툭 건드리는 빗방울처럼
자꾸만 그녀를 신경 쓰이게 한다.
모른 척 묻어 두었던 외로움이 불쑥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어졌다.
“연애만 하자는 거죠? 그냥 연애만…….”
“강수인 씨, 내가 프러포즈했어?
겨우 연애 한번 하자는 걸로 왜 이렇게 경계를 해?”
새하얀 유리꽃이 비를 만나 투명해지듯,
그녀에게도 그가 한 방울 한 방울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