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국문과 명예교수 은항 이우재 시인의 ‘나그네길’ 연작의 피날레입니다. ‘그 어느날처럼’ ‘지난날처럼’ ‘그리운 날처럼’ 그리고 ‘동서로 가는 나그네길’입니다. ‘?어느 날처럼’ 연작은 과거의 회상이 주를 이루는 기억의 편력이었습니다만 그 역시 근원적으로는 나그네의 길이었습니다. 나그네의 길이 과거로 난 경우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 작품들 속에서는 과거의 아득한 시절들을 회상하고 더듬는 기억의 편린들과 추억들이 있습니다. 그랬다면 ‘동서로 가는 나그네길’은 회상과 추억의 과거에서 현실로 돌아온 나그네길입니다. 과거에서 현실로 돌아온 나그네길로 이제 공간속을 퍼져나갑니다. 일단 그 길은 ‘동으로 난 길’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서으로 난 길’이 됩니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 동으로 난 길과 서으로 난 길이 마주칩니다. 그때 동으로 가는 길과 서으로 가는 길은 동서로 가는 나그네길이 됩니다. 현실의 나그네는 과거의 나그네보다 훨씬 더 넓고 많은 공간을 헤매돕니다. 그래서 지금의 나그네의 담론은 과거의 나그네의 담론보다 크고 원대합니다. 자국을 넘어서 세계차원에 가 닿아 있습니다. 이제 나그네는 단지 애국심만을 얘기하지 않고 자기 땅에 난 돌멩이 한 개 풀 한포기 잎새 하나 소중하다는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민족과 민족간의 화해 나라와 나라간의 유대 동양과 서양의 일맥상통 평화 우애 나아가서는 인류애까지를 담론합니다. 지난날들의 아득함은 동서를 헤매도는 나그네의 심상 속에서 이제 세계평화와 세계유대 글로벌 기준으로 변형되고 녹아듭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말했다면 은항 이우재 시인은 나그네에게 세계는 어디나 환영이고 머물 곳은 기약없다. 라고 말합니다. ‘동서로 가는 나그네길’의 끝에서 나그네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아니 나그네는 ‘동서로 가는 나그네길’의 끝에 여전히 도달하지 못했고 그 끝에서 무엇을 확인할 것인지 기대에 차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서로 가는 나그네길’은 여전히 도정인 것입니다. 시인은 광운데 국문과 교수를 명예퇴직한 분임에도 여전히 도정의 나그네길에 있습니다. 길의 도정에 있는 자는 여전한 현역이려니 그 길의 끝에 대해서는 묻지 말기로 합니다. 이 길의 도정에 독자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나그네와 나그네길을 함께 할 도반은 누가 되려나요. 이 책이 그 도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