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가장 처음 마주한 것은 혼란이었다. 익숙한 듯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따로 떨어진 난 그저 이방인이었다. 세상 밖에 발을 디뎠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따라 걸었다.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해 가는 사람들은 바쁘게 걸음을 옮겼을 뿐 이방인을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우뚝 발걸음을 멈췄다. 길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선 채로 한동안 멍해 있었다.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이 책은 스물아홉, 호되게 아홉수를 맞이한 이의 여행기를 담았다. 스물아홉 인생을 100일간 여행하는 여행기이자,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던 어린 소녀가 세상 밖을 나와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성장기를 그렸다. 100일간 매일 자신과 나누는 대화를 글로 옮기면서 느꼈던 서툰 감정과 잊었던 기억을 회고하며 차츰 성장해가는 과정이 우리가 겪는 여행기와 닮아있다.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 서툰 내 모습을 마주하고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낀다. 일상과 맞닿아 있던 오래된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다. 낯선 여행지가 점점 익숙해지고 용기가 생겨 여러 사람을 만난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삶의 의미를 배우고 또 다른 여행을 꿈꾸기도 한다. 마침내 여행 끝자락에서 이번 여행을 통해 진정으로 성장한 나를 발견한다.
여행은 그 과정이 좋든 좋지 않든, 단어만으로도 설레고 지나고 보면 저절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의 인생도 여행과 닮아있다. 힘든 시련을 겪고 나면 한 단계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거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도 계획처럼 되지 않는 여행처럼 우리 인생도 예측 불가능이다.
스물아홉. 이십 대이지만 이십 대 같지 않은, 그렇다고 삼십 대는 아닌 애매한 나이에 갑자기 백수가 되고 책을 쓴 것은 인생에 없던 계획이었다. 넘어지고 깨지면서 배우는 게 인생이라지만 쓰디쓴 아픔은 그만 맛보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지만, 또 욕심은 부리고 싶은 저울질 하는 인생에서 어떤 선택이 맞을까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 와중에도 여행은 계속된다.
과거의 일상은 나만이 개척한 길이고
현재의 일상은 나만이 떠나는 여행이며
미래의 일상은 나만이 세울 수 있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