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를 읽고 경북 의성에 ‘조문국박물관’이 개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문국……, 참 낯선 이름이었어요. 그런 나라가 있었던가, 했지요. 그날, 그 기사를 본 후부터 ‘조문국’과 ‘마지막 공주 운모’에 흠뻑 빠져 허우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신비스럽고 흡인력 있는 고대 국가와 왕녀 운모는 저를 한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이 글감으로 꼭 동화를 써야겠다고 더욱 다짐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당시엔 막 다른 작품을 쓰기 시작했던 터였고 저에겐 여력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조문국’과 ‘마지막 공주 운모’라는 두 개의 키워드는 제가 잠시라도 방심할 때면 여지없이 제 머릿속을 파고들면서 저를 흔들어놓곤 했답니다.
몇 달 후 쓰던 작품이 마무리되고 나자 저는 드디어 이 매력적인 고대국가와 마주하고 앉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자료 채집과 조사 작업을 진행하던 중 저는 몹시 당황하고 말았지요. 필요한 모든 자료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의성 조문국박물관을 방문했지만 정작 조문국에 관한 사료는 거의 없었거든요. 신라에 관한 유물과 기록들만 눈에 뜨일 뿐이었어요. 인터넷을 통해서도 수없이 검색해 봤지만 그 또한 같은 실정이었고요.
그때서야 저는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나를 불렀구나, 왕녀 운모가 나로 하여금 그녀와 그녀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쓰도록 만들었구나.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조문국을 알리고, 비록 -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왕국-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왔었구나.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해서 세상에 얼굴을 내밀게 된 ‘왕녀 운모’
이 동화는 1800여 년 전, 경북 의성군 금성면 일대에 있었던 소왕국으로, 당시 세력을 넓히기 위해 북쪽으로 진출하려던 사로국(초기의 신라)에게 멸망하고 만 조문국과 그 나라의 마지막 공주 운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동화에서 사로국이 조문국을 무너뜨리던 최후의 순간, 왕녀 운모의 어떠한 선택이 찬란했던 조문국의 ‘정신과 문화’를 소멸되지 않고 영원히 후대로 전해지도록 했는가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2019. 11. 동화작가 한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