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음 정채봉 산문집

정채봉 | 샘터 | 2021년 05월 1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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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책 소개

정채봉 20주기 기념 산문집 
삶을 비추는 투명한 언어, 정채봉

그리운 정채봉의 글과 마음을 다시 만나다

“그의 동화를 읽고 사랑하는 독자들이 있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한다.
덴마크에 안데르센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정채봉이 있다.” -정호승(시인)

2021년은 작가 정채봉이 짧은 생을 마감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평생 소년의 마음으로 순수를 잃지 않고 살다 2001년 1월 9일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정채봉. 샘터사는 정채봉 20주기를 맞아 그의 산문집 네 권(《그대 뒷모습》,《스무 살 어머니》,《눈을 감고 보는 길》,《좋은 예감》) 중 여전히 아름다운 글을 한 권으로 엮어《첫 마음》을 출간했다. ‘성인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 용어를 뿌리내리며 한국 문학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그는, 동화라는 장르적 틀을 넘어 놀라운 창작열로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동화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손색이 없었던 그의 작품 세계를 이번 산문집을 통해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소설가 조정래는 정채봉을 일컬어 ‘그 누구도 따르기 어렵게 뛰어난 작품을 쓰는 탁월한 작가’이며 그의 문장들을 ‘아름다움을 넘어선 샛별처럼 빛나는 보석’이라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장영희 교수, 피천득 수필가, 정호승 시인 등 당대 많은 문인과 호흡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 담백하고 간결한 언어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다독였던 정채봉. 그는 늘 자신이 발견한 삶의 순수를 이야기하고, 자분자분한 걸음걸이와 말투에서는 자신을 낮추는 겸양이 드러났다. 그가 많은 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것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마음이 시리고 답답한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와 위안을 그의 글에서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누구도 무엇이 옳은지 당신에게 말해 주지 못할 때, 해답도 없고 출구도 없고 길도 보이지 않을 때, 돌아가야 하겠지. 늦기 전에. 처음의 마음으로.”

정채봉 산문의 정수를 담은 도서 ≪첫 마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았던
정채봉의 맑은 순간

정채봉은 각박하고 고된 현실에서 많은 사람이 본래의 마음,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혀 고통 속에 빠지게 된다고 여겼다. 그는 자신의 글로써 삶에 그을린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고 위로하고 싶어 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것들을 소박한 문장 속에 끌어와, 설교하거나 계몽하지 않고 독자들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랐다. 이해인 수녀는 “동심이란 단순히 철없고 어린 것을 뛰어넘는 순수함, 순결함, 진실함과 직결되는 기도의 모체”이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되찾고 싶은 그리움의 가치”라고 말했다. 동심의 세계를 파고들던 정채봉의 의지가 ‘성인 동화’라는 문학적 성취를 이루어 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주기 기념 산문집 《첫 마음》에서는 그의 작품 세계를 동화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넓은 스펙트럼으로 비춰 보고자 한다. 그의 문학을 관통하는 네 가지 테마, 마음(‘슬픔 없는 사람 없듯’), 생의 의지(‘별빛에 의지해 살아갈 수 있다면’), 사람(‘흰 구름 보듯 너를 보며’), 자연(‘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을 선정하고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은 청명한 글, 누구나 공감하고 위로받을 만한 글을 선별했다.
첫 번째 챕터 ‘슬픔 없는 사람 없듯’에서는 살면서 얻게 되는 마음의 생채기를 보듬으며, 단단하면서도 겸허한 마음을 가꾸는 일에 관해 이야기한다. 두 번째 챕터 ‘별빛에 의지해 살아갈 수 있다면’에서는 간암 판정을 받은 후 병상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여전히 형형한 필체로 삶을 반추하는 자기 성찰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세 번째 챕터 ‘흰 구름 보듯 너를 보며’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피천득 수필가 등 당대 거목들과의 교감에서 얻은 인생의 지혜를 섬세하게 붙들어 놓는다. 더불어 유년 시절을 지켜주었던 할머니, 그리고 곰보 영감님, 문경의 농바윗골 사람들 등 주변 사람들의 평범한 순간에도 감동하는 인간 정채봉의 마음이 실려 있다. 마지막 챕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에서는 자연 앞에 한낱 인간으로서 겸양과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그의 태도가 담겨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의 어떤 페이지를 들춰 보더라도 정채봉의 단정한 문체와 특유의 감성으로 마음 깊숙이 채워지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맑고 투명한 언어 속에
단단한 슬픔 한 조각을 삼키고

“해 질 무렵 살구나무 위에 올라가서 노을을 바라보면 왠지 슬퍼져서 눈물을 글썽이며 내다보던 골목길. 고향의 그 골목길이야말로 기다림의 씨앗을, 그리움의 씨앗을, 아득함의 씨앗을 내 여백의 마음에 파종시켰던 첫 작물 밭이라고 나는 말할 수 있다.” (16쪽)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정서가 있다면, ‘애(哀)’일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마저 소식이 끊겨 할머니의 손에서 성장했다. 내면으로 침잠하는 조용한 성격, 유년 시절의 결핍으로 그는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조금씩 벼려 냈다. “외로웠던 환경이 오히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했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대신 자연을 관찰하고 벗할 수 있어서 정서적으로 부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내가 쓰는 글의 많은 부분을 어린 시절 기억의 조각에 빚지고 있는 거죠.” (《엄마 품으로 돌아간 동심》 본문 중) 그가 남긴 40여 권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 엄마, 바다, 고향은 그의 언어가 결국 가닿는 창작의 뿌리 같은 것이었다.

“나는 태중에서 엄마의 귀를 통하여 파도와 갈매기들 노랫소리를 들었으며 엄마의 코를 통하여 바다 내음을 마셨고, 엄마의 눈을 통하여 해가 뜨고 지는 바다와 비 오는 바다와 눈 오는 바다를 보았을 테지. 그리하여 눈물 없던 엄마의 방에서 눈물 있는 바깥세상으로 나와서 인생이라는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는 실제의 바다가 알게 모르게 나를 따라다녔다.” (74쪽)

“바닷가 마을에 살 때는 저 바다처럼 부족함을 몰랐다. 넘치지도 않았다. 그날의 슬픔은 그날로 끝났고 그날의 즐거움도 그날로 끝났다. 가슴에는 늘 파도 소리 같은 노래가 차 있었고 설혹 슬픔이 들어왔다가도 이내 개미끼리 박치기하는, 별것 아닌 웃음거리 한 번에 사라져 버리곤 했다.” (75쪽)

누구나 겪게 되는 삶의 비탈진 순간마다 인생의 소박한 진실을 편안한 말로 조곤조곤 들려주는 작가의 언어에서 잠시 쉬어 가는 것은 어떨까. “그날의 슬픔은 그날의 슬픔으로 끝나고, 즐거움도 그날로 끝나”는 바다의 단순함을 경애했던 정채봉의 소박한 마음이 독자에게 진진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소개

정채봉 1946년 순천의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꽃다발〉로 당선의 영예를 안고 등단했다. 그 후 대한민국문학상(1983), 새싹문화상(1986), 한국불교아동문학상(1989), 동국문학상(1991), 세종아동문학상(1992), 소천아동문학상(2000)을 수상했다.
‘성인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 용어를 만들어 냈으며 한국 동화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동화집 《물에서 나온 새》가 독일에서, 《오세암》은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마해송, 이원수로 이어지는 아동 문학의 전통을 잇는 인물로 평가받으며 모교인 동국대, 문학아카데미, 조선일보 신춘문예 심사 등을 통해 숱한 후학을 길러 온 교육자이기도 했다.
동화 작가,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 동국대 국문과 겸임 교수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던 1998년 말에 간암이 발병했다. 죽음의 길에 섰던 그는 투병 중에도 손에서 글을 놓지 않았으며 그가 겪은 고통, 삶에 대한 의지, 자기 성찰을 담은 에세이집 《눈을 감고 보는 길》을 펴냈고, 환경 문제를 다룬 동화집 《푸른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 첫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를 펴내며 마지막 문학혼을 불살랐다. 평생 소년의 마음을 잃지 않고 맑게 살았던 정채봉은 2001년 1월, 동화처럼 눈 내리는 날 짧은 생을 마감했다.

목차소개

목차

슬픔 없는 마음 없듯
마음 밭의 풍경 15
‘나’가 ‘나’에게 18
창을 열라 20
마음의 문을 열고 26
미안한 시간 32
저녁 종소리 36
모래밭 능선 위의 한 그루 푸른 나무 40
물질을 티끌로 보아라 44
마침표와 첫 마음 52

별빛에 의지해 살아갈 수 있다면
단비 한 방울 59
눈 감고 보는 길 63
새 나이 한 살 68
바다를 생각하며 71
간절한 삶 74
마음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지요 77
생명 82
엽서 다섯 장 85
‘순간’이라는 탄환 91
당신의 정거장 94




흰 구름 보듯 너를 보며
내가 사랑하는 것들 99
사라지지 않는 향기 102
할머니 105
돌 베고 잠드는 생 111
흙이 참 좋다 114
몸의 녹슬기 121
참 맑다 124
작은 것으로부터의 사랑 129
꽃보다 아름다운 향기 134
별 하나의 위안 139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가을비 145
물을 생각한다 149
꽃과 침묵 153
그리운 산풀 향기 156
낙엽을 보며 159
새벽 편지 162
채송화를 보며 164
풀꽃 167
열일곱 살 소녀가 막 세수하고 나온 얼굴 같은 땅 171
가을날의 수채화 176
눈 속의 눈을 열고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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