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살펴보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대처 방안
디지털 성범죄란 카메라 등으로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하여 유포, 유포/협박, 저장, 전시하거나 사이버공간, 미디어, SNS 등에 올려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아주 심각하고 무서운 범죄다. 통계에 의하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유형에는 촬영이 8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촬영/유포는 9.4%, 유포/재유포는 6.3%에 이른다. 성별 분포를 보면 피의자는 남성이 94%에 이르며, 피해자는 여성이 80%에 이른다고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활용으로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어른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도 이런 추악한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초등학교 보건 교과서에도 디지털 성범죄 관련 내용이 실려 아이들에게 그 경각심을 일깨우고 올바르게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나날이 증가하고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회적 안전장치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디지털 성폭력이 무엇인지 구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또 피해를 입었을 때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센터나 가까운 어른,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알려 줘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 내 사진이 인터넷에 뿌려졌다고?》는 우연히 SNS상의 채팅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그 심각성과 예방법, 대처 방안 등을 말해 주고 있다. 조심스러운 주제이지만, 작가는 이 심각한 문제를 동화로 써서 아이들에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 피해자에게 용기 있게 싸우고 이겨 낼 수 있는 지혜를 알려 주고 싶었다고 한다.
도아의 대나무숲과 시간을 돌리는 요정 티마
아빠가 돌아가시고 직장에서 매일 늦게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엄마와 함께 사는 도아. 쾌활하던 성격도 점점 위축되고 소심해지다 보니 자존감도 바닥을 치고, 남들 다 가는 그 흔한 바캉스도 한번 못 엄마에 대한 원망만 커지는데…. 외로움과 열등감에 시달리던 도아는 SNS에 비밀계정을 만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모르는 그 계정에 ‘통령’이라는 닉네임을 가지 사람이 들어가 댓글을 달고,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도아의 기분을 맞춰 주고 기프티콘 등으로 환심을 사면서 음흉하게 접근한 통령은 어느 날부터 도아에게 몸 사진을 요구하고, 개인 정보를 빼내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 음담패설과 함께 도아의 사진들을 게시한다. 충격을 받은 도아는 절망 속에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했는데, 눈을 떠 보니 통령을 만나기 직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던 도아에게 아빠가 보낸 수호 요정 티마가 찾아온다. 아빠가 마지막으로 사 준 요술봉에 갇혀 있다 요술봉의 보석이 깨지면서 밖으로 나온 티마에게는 시간을 돌리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다. 과거로 돌아간 도아는 티마의 도움으로 자신을 괴롭힌 통령의 정체를 추적하고, 자신과 똑같은 피해를 입은 친구들을 돕는다. 그러는 과정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겁내고 숨기보다 주변 어른들에게 바로 도움을 요청하고, 용기 있게 대응하는 방법들을 배운다.
이 동화에서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함으로써 성적 수치심과 부당한 죄책감을 갖게 하고, 가해를 정당화하는 잘못된 사회적 통념도 살짝 꼬집고 있다. 도아와 친구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성범죄의 표적이 된 스스로를 자책하고 수치심을 느낀 것도 그런 잘못된 통념 때문임을 지적하고,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을 갖도록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