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이렇게도 만나지네, 1학년 5반 27번.”
“기억력 되게 좋으시네요. 선생님.”
짝사랑으로 끝날 줄 알았다.
스치지도 못한 주제에 자꾸만 되새기고, 기대만 품은 채로.
선생님에서, 직장 상사가 되어 버린 정원과의 재회가
봄날처럼 싱그럽게만 느껴졌다.
“어진아. 어떤 환상을 꿈꿨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직장 상사일 뿐이야.”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당찬 그녀, 어진아.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단속하기 바빴던 그, 손정원.
“이제, 좋아하는 마음 깨끗하게 접으려고요.”
누군가에게는 환한 봄날이,
누군가에게는 쓸쓸한 가을이 될 계절.
‘짝사랑’이라는 계절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
“널 줘. 내 미래를 줄게.”
그녀의 오랜 짝사랑은 끝이 났고,
그의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