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수필문학회 상록수필문학회 회원인 이수영 수필가의 첫 수필집.
“벌거벗고 또 벗고, 버리고 또 버리면 어느 날엔가는 나에게도 명문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정진을 다짐”한다는 수필 문학에 진심인 작가가 10여 년 수필 사랑의 결실을 엮었다.
일상을 바라보는 담백한 시선, 신선한 서정, 공감 가는 메시지가 잘 어우러진, 마침표가 아닌 ‘쉼표의 삶의 기록’이 감동을 준다.
43년여의 교직 생활을 회상하는 에피소드- <총각 선생과 첫 제자>, <내 생애 최고의 가정방문>, <가을 저녁의 단상>, <보릿고개는 해발 몇 미터입니까?>, <눈의 나라>- 등에서는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은, ‘세상 물정 모르는, 유치하고 쩨쩨한’ 그러나, ‘가슴 따뜻한’ 스승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끈은 나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삶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보면서 이 또한 무서운 업보임을 깨닫게 했다. 그들과 함께한 그 사진들 속에는 그 모든 것들이 들어 있었다. <38년 만에 보는 사진>
오줌싸개 어린 시절, 첫사랑, 아내와의 만남을 다룬 <시원하다>, <그 집 앞>, <인연>, ‘최고의 물건도 자존심(감정) 앞에서는 무참히 버려지는 하나의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촌철살인인 <모자의 수난> 등, 지나온 삶과 일상을 다룬 작가의 글에는 재미와 위트가 살아있다.
“됐나! 됐다!”
“와~ 짝! 짝! 짝!”
뭐가 됐는지 모르지만 수십 년을 살아온 그들의 가슴속에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공통분모가 자리하고 있음이다. <됐나! 됐 다!>
우리네 삶은 아무리 꽁꽁 동여매어도 틈이 생기고~. 그리고 그 틈으로 찬 바람이 불어오면 오만 정이 떨어져 나가는 허탈과 슬픔 을 느끼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무대책의 대책이라는 노련한 대응, 그리고 그냥 져 주는 인내를 실천한다. <무대책이 대책이다>
<길>을 걷는다. ‘나는 그저 한 줄기 바람 야생화 싱그러운 이파리일 뿐.’<연달래꽃길>, ‘늙은이의 봄은 겹겹의 봄, 산벚꽃은 노인의 꽃, 가만히 바라보며 삶의 그늘을 지우게 하는 달관의 꽃’<산벚꽃 필 무렵>. 그러나, ‘인생의 봄은 낯섦, 낯설기 때문에 새롭고, 새롭기 때문에 희망이라는 기다림이 있다.’<봄이 산을 오른다> 등 자연에 빗대 삶의 순리를 성찰한 작품도 있다.
특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작가의 문장은 한 편의 시와 같다. 감각적인 문체와 싱싱한 서사가 꿈틀거리는 글- <나는 빗소리가 듣고 싶어 이사했다>, <오징어잡이 배>- 등 편 편에서 ‘명문’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가 떠나면 그는 또 얼마나 사람을 그리워할까?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달이 춥겠다.”는 그의 말이 못이 되어 가슴에 박혀 들었다. <달이 춥겠다>
별빛이 쏟아진다. 더러는 별똥별이 발아래로 떨어지고 하늘에는 천마들이 훨훨 날아다닌다. 나는 그 말 위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본다. 자작나무와 몽골초원과 금수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다가 모두 천마총 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옆에서 누군가가 가자고 어깨를 두드린다. <별과 자작나무>
그 외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생산적인 견해를 담은 <나무야 나무야>, <낙엽의 여행> 등도 공감이 간다.
이수영 수필가의 올곧으면서 따뜻한 삶의 철학과, 유연한 글솜씨가 마음 깊이 스며드는 『마침표는 아직도 찍지 못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