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전 꿈속에서
낯선 시체 위의 원고 뭉치를 펴 읽었던 시를
잠이 깬 후 생각나는 대로 기록했다.
시시하게 느꼈다. 여러 번 폐기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세상에 알리지 않으면 무슨 크나큰 죄를 범한 듯한 죄책감이 일어났다. 더욱이나 최근 과거와 같은 꿈을 재차 꾸었다. 그래서 이 시를 출판하지 않고는 못 견딜 지경이었다.
희망은 성취가 점점 현실에서 점점 멀어져 가다가 사라지는 신기루 같았다. 이젠 열정도 애착도 의욕도 없는 무미건조한 삶이 되고 말았다. 매일마다 밤 낮은 쉼 없이 되풀이되는 세월 속에서 죽음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지만. 생은 지루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