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타조도, 펭귄도, 사슴도 아니라면 ‘나’는 누구지?
저기…… 혹시 나, 닭이야?
‘고기오’의 정체를 추리하며, 존재와 다양성에 대해 재기 발랄하게 질문하는 작품
여기 깊은 고민에 빠진 이가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이 동물은 부모도 형제도 없고,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없다. 그리하여 두더지, 타조, 펭귄 등 여러 집단을 떠돌며 각각의 동물이 돼 생활해 보지만, 구성원이 되는 데는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다 자신과 닮아 보이는 닭의 무리까지 흘러 들어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닭일까?’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는 이 간절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신간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는 자신의 정체를 찾아나서는 주인공 ‘고기오’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고기오는 정글, 사막, 북극, 초원 등을 떠돌며 같은 종족을 찾아 헤매는 동물. 과연 고기오가 누구인지, 닭인지 아닌지, 알고 보니 두더지인지 등 정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몰입감을 높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고기오의 여정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있다. 닭이라는 종족을 본 뒤 자신이 닭인 것 같다고 느낀 고기오, 하지만 닭들의 생각은 다르다. 고기오는 몸집이 ‘조금’ 클 뿐 자신이 닭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닭들은 고기오가 커도 ‘너무’ 크다는 입장. 여기서 작가의 질문을 만날 수 있다. ‘생김새만으로 닭인지 아닌지를 정할 수 있을까?’ 이것은 또한 성별, 인종, 외모 등으로 누군가의 정체성을 정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또 고기오를 닭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닭을 통해서는 ‘외모나 습성이 다른 존재를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질문들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 본 어린이들은 알게 될 것이다. 고기오가 닭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고기오는 고기오로서 충분히 소중하다는 걸.
이 책은 《구렁이 족보》를 통해 이름을 알린 임고을 작가가 선보이는 두 번째 동화이다. 전작을 통해 사라져 가는 소중한 생명들에게 우리가 어떤 일을 해 줄 수 있을지를 물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정체불명의 동물 고기오를 통해 존재와 다양성에 대해 질문한다. 그러면서도 친근감 넘치는 캐릭터, 가독성 높으면서도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줄거리, 궁금증을 유발하는 결말을 통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여기에 김효연 작가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림은 책의 완성도를 높인다. 마치 그림책을 보는 듯한 황홀한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