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우리집에는 소가 있었습니다.”
농사짓고 소 키우는 집에서 자란 시인 유병록의 소를 그리는 마음!
충북 옥천의 농사짓고 소 키우는 집에서 자란 시인 유병록의 소를 그리는 마음! 총 3부로 구성이 되어 있는 이 책은 “무엇보다도 우리집에는 소가 있었”기에 쓰일 수 있던 유병록 시인의 글이다. 집에 소가 있어, 그런 소와 함께 살 수가 있어, 소를 보고 소를 알기에 소와 한 호흡일 적 일들을 새록새록 떠올려 받아적을 수 있던 유병록 시인만의 기록. “소와 함께 살았소” “소를 타고 왔소” “소가 그립소”라는 3부의 각 소제목만 보더라도 그 글의 전개 과정이 추측이 된다.
여물과 사료를 주고 물을 주고 똥을 치우고 가끔 소가 송아지를 낳는 일을 돕기도 하면서 소를 키워본 소년.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읍내 우시장에 소를 내다팔고 그 돈으로 땅을 사고 학비를 보태고 자취방을 얻을 수 있었기에 소년을 키워냈다 할 소. 1년 전 내다판 일소는 어째서 1년 뒤 마당에 울음소리를 내며 제 살던 곳을 찾아올 수 있었을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송아지가 좀처럼 일어서지 못할 때 어째서 시인은 입에 커다란 젖병 물린 송아지와 제 방에서 함께 잘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물난리에 산중턱에 위치한 이웃집으로 피난을 가야 할 적에, 어머니는 안방으로 들어가고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외양간으로 향해야 했을 적에, 이웃집 외양간에 소들을 묶어놓고 그 소들과 함께 물에 잠겨가는 집을 내려다보는 풍경을 어째서 시인은 이리 덤덤히 기록할 수 있었을까.
어릴 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소와의 일화를 떠올려보는 일은 어릴 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살아옴을 유추해보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외양간의 소가 한두 마리씩 늘어날수록 부모님의 일이 그만큼 늘어났으니까. 소를 키우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소에 관한 거 다 적어놓은 노트를 건네신 시인의 어머니. “어미소와 송아지에 대한 어머니의 일기를 읽다보니 오래도록 떨어져서 살아가는 어머니와 내가” 떠오르게 되었다는 시인. 그렇게 소 이야기가 시인의 이야기이면서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알게 하는 책 『그립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