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보얀 빛깔이 내려앉은 작은 집에 어느 소녀가 혼자 머물고 있었어. 소녀는 창문에 비치는 산과 들판 그리고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어. 산과 들판에는 흰 눈이 가득했고, 하늘에는 흰 눈 같은 하얀 구름이 가득했어. 소녀는 창밖의 그 정경에 빠져들며 겨울을 하얗고 보얀 그 눈빛과 같은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던 거야.
“그래, 겨울이라 그런지 산도 들판도 하얗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하얀 눈과 같구나. 좀 춥기는 해도, 이처럼 눈부시게 하얀 겨울빛의 정경을 볼 수 있으니 겨울이 한편으로는 참으로 다사롭기 그지없는 것 같아. 이럴 때 나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있다면, 그 친구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 하얀 겨울 산과 들판 그리고 하늘을 그 모습 그대로 한껏 만끽하며, 가슴에 차오르는 설레는 기쁨을 안은 채로 그 겨울의 품속에 온전히 그리고 포근히 안겨 볼 수도 있을 텐데.”
소녀는 자신의 친구가 되어 줄 누군가가 창밖으로 보이지는 않는지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는 없었어. 그런 이가 보인다면, 소녀는 그에게 다가가 “내 친구가 되어 주지 않을래?” 하고 말하고도 싶었지만, 그런 대상을 찾을 수도 만날 수도 없었던 거야.
소녀는 자기 손가락으로, 서리 낀 듯 보얘진 유리창에, 창밖으로 보이는 산과 들판과 하늘을 그려 보았어.
그러자 잠시 후, 유리 면에 그려져 있던 산과 들판에 소녀가 마음속으로 그려 보았던 친구들의 모습이 하나둘 저절로 그려지기 시작했어.
하얀빛의 사슴과 토끼 그리고 너구리, 산새, 여우, 다람쥐 등이, 창문에 그려진 산과 들판에서 소녀와 눈 맞춤하며 자기 모습을 서서히 드러냈던 거야. 소녀는 그 모습을 보곤 기쁨에 겨워 닫혀 있던 문을 열어젖히곤 얼른 집 밖으로 뛰쳐나갔어. 그러곤 눈앞에 펼쳐진 산과 들판을 향해 있는 힘껏 내달려갔지.
그곳엔 좀 전까지 보이지 않던, 소녀의 마음속에 늘 머물고 있던 작고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그녀를 보자 진심 어린 상냥한 모습으로 온 마음을 다해 그녀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 소녀는 그렇게, 자신이 창유리에 그려 보았던 겨울 풍경 속의 그 작고 귀여운 동물 친구들과 함께 그 하얀 겨울을 한껏 껴안으며 즐겼지.
이제 그녀는 더는 혼자가 아니었어.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 그 겨울을 진실되게 참된 마음으로 느끼고 사랑하는 법을 소녀는 스스로 깨닫게 되었던 거야.
소녀가,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혼자만의 겨울 추위를 털어 내 버리고 자신의 친구들과 즐겁게 뛰놀며 바라본 그 겨울의 정경은, 그 어떤 때보다도 더 환하고 밝게, 언제까지나 소녀와 친구들의 그 해맑고 따스한 얼굴처럼 반짝이고 또 반짝였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