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잃은 채 가까스로 목숨만 건진 서현.
발해 천화상단의 단주로 최고의 권력을 누리지만 마음은 외로운 예진.
예진의 푸른 눈에 비친 서현은 얼어붙은 가슴을 녹이는 따뜻한 남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거대 상단의 단주로 한 남자에게 매일 수 없는 몸이다!
"내 얼굴을 보고 대답해 주오, 제발. 그렇다고 말하는 그대의 입술을 보고 싶어."
철심을 가진 사내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애절하게 간청하는 목소리였다.
예진은 그간 어떤 협상에서도 겪어 보지 못했던 진퇴양난에 빠진 기분이었다. 자신을 예전의 정인으로 착각하는 말을 듣자 하니 약효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환상을 보는 게 분명했다.
"내가 그리 보기 싫은 게요? 내가 못난 사내라 나를 그리 만든 거요? 그저"내게 어울리는 사내가 아니다. 그러니 떠나 주오."그 한 마디면 나는 떠났을 것을. 제발, 등을 돌려 나를 보아 주오. 제발!"
예진은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대로라면 감정이 격해져 오히려 환각에서 깨어나게 될지도 몰랐다. 차라리 자신을 연인으로 착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진정시키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벗은 몸을 돌려 서현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니 제발 편히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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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원정미 지음
온라인 필명 : 마고
한 번 쓰고 나면 엄청난 탈진과 후유증에 실달리면서도 또다시 새로운 소재와 구상이 떠오르면 손이 먼저 움직이는 고로 어쩔 수 없는 작가라 스스로에게 변명하곤 합니다.
출간작으로는 [홍화녹엽], [발해연가], [주작의 제국], [연분], [가시나무], [용신의 신부] 등이 있고, 앞으로는 용신의 신부에 나온 사해용왕들의 나머지 인연과 사랑이야기를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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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소개
零. 열리는 장
一. 마음 속에서 부는 바람
二. 암운(暗雲)이 인연을 만들고
三. 가인(佳人)이 가인(佳人)을 만나다
四. 마음은 봄비에 자라는 새싹처럼
五.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
六.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 운명은 때때로 속임수를 쓴다
八. 그대의 기억 속엔 내가 없다
九. 연리지의 맹세도 덧없
十. 사랑엔 진심 하나로 족하다
十一. 닫히는 장 ― 하나
十二. 닫히는 장 ― 둘
글의 이해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