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점이자 복덩이, 각자의 ‘복숭아’에 대한 이야기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면이 있지 않을까.
어디에도 말한 적 없는 나를 기꺼이 꺼내본다.”
슬며시 꺼내놓는 9인 9색의 비밀들
사람들은 어떤 비밀을 품고 살아갈까? 이 책은 ‘멋있는 사람들은 모두 운전을 잘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멋있어 보이는 사람은 왠지 운전도 잘하고 어려움 없이 차를 몰고 다닐 것 같지만, 실제로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어떤 면에서 뛰어나다고 해서 모두가 운전을 잘하리란 법은 없으니까. 그러다가 이 기획은 운전이라는 제한된 주제에서 나아가 누구에게나 각자 ‘아킬레스건’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이 치명적인 약점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래서 아마 평소에 웬만하면 드러내지 않았을 모습일 테지만 사실 이러한 ‘나’야말로 가장 나에 가까운 모습이고 어쩌면 바로 그 점이 내 안에서 나를 지탱해온 것이 아닐까. 나의 부족한 면, 나의 단점, 나의 비밀. 그렇지만 알고 보면 복덩이. 알맞은 빛깔을 내며 여름을 상징하는 탐스러운 과일인 복숭아는 한편으로 쉽게 무르는 성질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제목이 『나의 복숭아』가 된 이유다.
멀리서 바라볼 때 단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도 분명 하나쯤 숨기고 싶은 이야기라거나 못하는 일이라거나 치명적인 단점, 남에게 털어놓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분야에서 꾸준히, 활발하게, 최선을 다하는 이들 9명을 떠올렸다. 성실한 에세이스트 김신회, 대체로 뭐든지 잘하는 의사 남궁인, 읽고 쓰고 그리는 삽화가이자 에세이스트 임진아, 출판사 봄알람을 운영하며 책 만드는 이두루, 여성과 대중문화에 귀 기울여 써야 할 글을 쓰는 작가 최지은, 오늘날 가장 기대되는 젊은 작가 서한나, 세밀하지 않은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시적인 노랫말을 쓰는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서평을 쓰지 않는 서평가 금정연. 이들에게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어 보인다. 마음속에 복숭아를 하나씩 품고 산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책을 통해 어디에서도 꺼내지 않았던 비밀을 조심스레 꺼내놓기로 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결국 내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아홉 빛깔의 복숭아는 각자의 색을 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