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카를 슈미트 Carl Schmitt
1888~1985. 독일의 법학자이자 정치학자. 독일 중서부 플레텐베르크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베를린대학과 뮌헨대학에서 정치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슈트라스부르크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정치적 낭만주의』(1919), 『독재』(1921), 『정치신학』(1922), 『정치적인 것의 개념』(1927), 『헌법 이론』(1928) 같은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학계의 중심인물로 떠올랐고 1933년에 베를린대학 정교수가 되었다.
주권자의 결단을 법질서의 원천으로 간주한 슈미트의 정치사상과 헌법이론은 의회민주주의, 자유주의, 낭만주의, 법치주의, 규범주의 같은 근대 정치사상의 다양한 조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었다. 사실상 주권자의 독재를 옹호하는 그의 이론은 신학(가톨릭주의)에 깊이 뿌리내린 것으로, 파시즘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게 되었고, 실제로 히틀러 집권 이후 나치의 계관법학자로 자리매김했으며, 심지어 반유대주의에도 동조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1936년 나치 정권에서 실각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으나 2 차대전 종전까지 교수직은 유지할 수 있었다. 1945년 종전 후 미군에게 체포되어 1 년여 간 수용소에 갇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 연구와 집필 활동을 계속했다. 이후 『대지의 노모스』(1950), 『햄릿이냐 헤쿠바냐』(1956), 『파르티잔 이론』(1963), 『정치신학2』(1970) 등을 남겼고, 1985년 4월 7일에 9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나치 치하에서의 행적에도 불구하고, 카를 슈미트의 사상이 후대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슈미트의 사상은 보수적 정치이론가에게는 이론적 입지를 공고화할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개혁적 사상가에게는 이론적 자극이 되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그 내재적 한계로 인해 무신론적인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의 확장을 초래하리라고 경고하면서, 세속화된 신이나 다름없는 주권자의 독재를 소환하여 국가체제를 지켜내고자 한 슈미트의 이론은 역실적으로 현대 정치와 법의 본질을 사유하게끔 이끌었다. 안토니오 네그리, 자크 데리다, 야코프 타우베스, 조르조 아감벤, 샹탈 무페, 슬라보예 지젝 등이 그를 사상적으로 재조명하면서 ‘슈미트 르네상스’를 이끌기도 했다.
옮긴이 : 김민혜
이화여자대학교와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학술단체협의회 상임간사로 일했다. 현재 독일의 뮌헨대학 철학과에서 카를 슈미트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정치철학자 하인리히 마이어Heinrich Meier 교수의 지도 아래 철학과 계시 종교 간의 관계(특히 헤겔, 브루노 바우어, 니체)에 관한 박사학위논문을 쓰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다시 태어나면 살고 싶은 나라』(홍익출판사)가 있고, 디터 젱하스의 『지상의 평화를 위하여: 인식과 추측』(아카넷)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