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아?” “애 안 낳을 거면 결혼은 왜 했어?”
21세기형 가족의 형태를 묻다
202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열 가구 중 여섯 가구는 1인 또는 2인 가구일 정도로 우리 사회의 가족 형태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이라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함에도 제도의 개선은 느리기만 하다. 연애, 결혼, 출산이라는 궤도를 이탈한 이들은 “나중에 늙어서 후회해” “외롭지 않아?” “애 안 낳을 거면 결혼은 왜 했어?” 같은 오지랖 섞인 말들을 듣는 경우도 다반사다. 유구한 가부장제적 가족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점점 자신의 선택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만 개인의 경험담이 아닌, 사회학적 관점에서 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앞으로 새로운 가족 공동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심도 깊게 다룬 연구는 드물었다.
1995년 결혼해 아이 없이 살고 있는 메인대 사회학 교수 에이미 블랙스톤은 아이를 갖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우린 아이 (안) 가져(https://werenothavingababy.com/)’라는 블로그를 열어 2013년부터 무자녀 커플로서의 삶, 그리고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 관한 연구를 공유해왔다. 미국 가족관계협의회 페미니즘 및 가족 연구 분과에서 보조금을 받아 십여 년간 아이 없는 남녀 칠십여 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칠백 명 이상을 설문조사해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우리 사회, 경제, 환경 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앞으로 가족 형태는 어떻게 변해야 할지 다각도로 분석해 『우리가 선택한 가족』에 담았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2세대 페미니즘의 구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하다. 아이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일견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가 이제는 공적 관심사이자 정치적 논쟁 거리가 되었다. 정책 입안자, 언론 매체의 논객, 그리고 손주를 안아보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부모까지 모두가 현재의 세태를 이해하고 싶어한다. 지금까지의 논의에는 수십 년간의 과학
연구에서 비롯된 역사적 근거를 갖춘 관점, 우리의 삶 그리고 공동체를 조직하는 방식과 관련된 정치적ㆍ문화적 화두를 광범위하게 고려한 전망이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