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500만 부 이상 판매된 『소피의 세계』 저자의 최신작
★철학가이자 소설가인 요슈타인 가아더가 소설을 통해 전하는 삶의 의미
★강신주 철학가의 해설이 더해져 한층 더 깊어진 사유
철학이 실체 없고, 무용한 것이며 심지어 난해하기까지 하다는 이유로 대중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십여 년 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를 이룬 사람이 있다. 바로 『소피의 세계』의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다. 최근 그는 『밤의 유서』라는 책을 출간하며 한층 더 성숙한 철학가의 태도로 삶과 죽음을 고찰했다. 짧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조언 대신 그저 우리에게 보여줄 뿐이다. 철학적 사색을 나열하지 않고, 독자들이 스스로 체화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알버트가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을 듣고 난 직후, 추억이 깃든 오두막으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틀에 걸쳐 자신을 위해, 가족들을 위해, 온 우주를 위해 유서를 써 내려간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그 정반대다. 내 신체 기능이 하나둘 사라져 결국은 식물인간의 상태로 숨이 끊어질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얼마나 오랫동안 그러한 상태로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슬프고 괴로울 뿐이다. 매 시간마다 아니 매분 매초마다 내 삶을 타인의 정성과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비참하기 짝이 없다.” p.124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에 대해, 삶과 질병에 대해, 더 나아가 사랑, 우주의 문제로까지 번지는 노 철학가의 사유를 좇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에 대해서도 통렬한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
삶과 죽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몸을 잃은 자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몸을 뜻대로 움직일 수 없으리라는 상상이 종종 우리를 두렵게 한다.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라면 한 번쯤 짐작해 봤을 감정이다. 저자는 육체 안에 갇힌 채 정신으로만 세상을 유영할 때, 그것은 지옥의 다른 이름일 수 있겠다고 알버트의 목소리를 빌려 말한다.
그러나 삶과 죽음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을, 이토록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이십사 시간 내에 고뇌를 끝내야만 하는 알버트는 끝내 ‘살기’를 선택하지 않는다. 다만, ‘죽지 않기’를 선택할 뿐이다. 그의 용기는 가족들로부터, 우주로부터, 인간으로부터 나온다. 고뇌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알버트의 선택이 느리게 납득될 것이다.
“사랑하지 않았으면 그만이다. '너'를 만들지 않았으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너'가 만들어지고 사랑이 시작되었다면, '나'는 슬픔과 고통을 선고받은 셈이다.” _철학자 강신주
이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단단한 줄기는 바로 사랑이다. 그가 용기를 내도록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주인공이 내내 사랑하는 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사랑’은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사랑’이 없어 좌절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에 관해 철학자 강신주가 깊이 있는 해석을 더했다. ‘2인칭의 죽음’이라는 관점을 통해 알버트와 에이린의 엇갈린 태도를 분석한다. 엇갈림의 시작도, 마무리도 호수로 끝나는 이유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해설을 더해 사유의 재미를 한층 더한다.
강신주 철학가에 따르면 이 책은 두 번 읽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다. 알버트를 따라 한 번, 내 인생을 따라 한 번……. 알버트의 삶의 궤적과 강신주 철학가의 해설,「죽음과 사랑 사이, 그 기묘한 얽힘에 대한 성찰」을 읽다 보면 객관화를 넘어서 ‘나’의 삶과 죽음을 곱씹어볼 수 있는, 당신만의 유서를 새겨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